인영이가 아빠와의 목욕을 거부했다. 남자라는 이유로. 아빠는 동네 목욕탕 때밀이처럼 수영복을 입고 함께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샤워기로 머리를 헹궈줄 때 눈을 꼭 감고 작은 몸을 내게 맡긴 인영이 표정과 감촉은 수영복을 입는 수고로움을 감내할 만큼 좋았다.
아이는 하나보다 둘이 낫다. 아마 둘보다 셋이 나을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윤영이가 벌써 내외하는 걸 보니 길어야 3~4년 일 듯싶다. 어느새 윤영이가 입었던 발레복이 인영이한테 맞는다. 며칠 전에는 윤영이가 “아빠가 여자를 만졌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날카롭게 취재하는 엄마에게 “나도 여자인데 아빠가 배를 허락도 없이 만졌다”고 실토했다.
엄마를 더 좋아해도 아빠는 너가 더 좋단다.

세 여자와 함께 사는 남자의 삶은 세심해야 한다. 윤영이는 실뜨기 놀이를 좋아한다. 심심할라치면 아무말 없이 내 앞에 앉아 실뜨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수십번 해도 질리지 않는단다. 화장실에서는 무조건 앉아야 한다. 처음에는 무릎을 굽히는 게 남자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지만 익숙해지니 위생적이고 좋다.
이렇게 놀아줘도 두 딸은 잘 때는 무조건 엄마 옆이다. 왜 아빠 옆에서 안자냐고 하면 명쾌하게 대답한다.
“아빠는 남자잖아~”
그 어떤 취재원도 이렇게 명쾌하게 취재의지를 꺾은 적이 없다. 두 아이가 지금처럼 건강히 잘 자라준다면 평생 외로운 남자의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아빠는 지금 무지 행복하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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