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사드 발사대 4기의 반입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방부의 진실 공방이 국방부의 KO패로 끝났다. 청와대는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이고 국방부는 보고했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31일까지 알려진 상황을 종합하면 이렇다. 국방부는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때 사드 발사대 4기의 반입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4기 추가 반입 내용을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며 격노했다. 문 대통령은 30일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전화해 관련 사실을 재확인하고 정의용 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에게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지난 26일 정의용 실장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고 30일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의용 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보고했다, 보고받지 못했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양측 가운데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진실공방 게임은 청와대의 완승으로 끝났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31일 오전 춘추관에서 사드 보고 누락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1일 “청와대는 국방부 정책실장 등 군 관계자 수명을 불러 보고누락 과정을 집중조사했다”며 “국방부가 청와대에 보고할 문건에서 관련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국방부 실무자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으나 수차례 강독 과정에서 문구가 삭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피조사자 모두 이 부분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주요 언론은 31일자 사설을 통해 제각각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뤘다. 보수·진보 성향의 언론은 같은 사안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펴기도 했다. 청와대의 조사결과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주요 언론이 1일자 사설에서 어떤 논조를 펼칠지 주목된다.

조선일보는 <文 대통령 뜬금없는 “사드 포대 충격적” 이유가 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략) 안보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뜬금없고 이해하기 힘들다. 사드 시스템은 레이더와 발사대 6기 일체형이다. 이 가운데 레이더와 발사대 2기는 지난 4월 말 성주 포대에 들어갔다. 정식 배치가 아니라 상황의 긴급성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배치였다. 원래 6기 일체형인 이상 나머지 발사대 4기도 국내에 기(旣)반입돼 배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중략) 그런데 문 대통령은 갑자기 ‘충격적’이라고 했다. 만약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비로소 알았다는 뜻이라면 그 자체로 큰 문제다. 웬만한 전문가들은 물론 언론도 아는 내용을 어떻게 대통령이 모른다 할 수 있나. 문 대통령이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는 것도 이상하다. 국방부가 일부러 감추려 했다는 느낌을 준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에게 국방부가 사드처럼 논란이 큰 문제를 어떻게 감추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다. (중략) 국회 비준 동의 문제도 ‘정치적 해결’이라는 쪽으로 정리가 돼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갑자기 문 대통령의 조사 지시가 나왔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다. 새 정부가 마치 야당이 국정감사하듯 하고 있다. 북이 저렇게 매주 미사일을 쏘아대는데 그것을 막자는 무기 체계 하나 들여오는 걸 놓고 이 난리가 벌어지고 있으니 대체 누굴 위한 소란인지 알 수 없다. 만약 일각의 짐작대로 문 대통령의 느닷없는 사드 문제 제기가 장관 인사청문회로 쏠리는 이목을 돌리려는 것이라면 무책임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뉴시스


중앙일보는 <사드 관련 보고, 어디까지 진실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발사대 2기 외에 4기가 추가로 반입됐는데도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20일 동안 몰랐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군을 포함한 정부 내에서 일사불란한 지휘계통이 확립돼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늦장 보고를 놓고 청와대·국방부, 그리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간 주장이 서로 달라 진실게임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략) 하지만 이런 중대 사안을 군 최고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조차 오랫동안 몰랐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물론 발사대 4기의 추가 도입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 있어 ‘이미 알려진 사실 아니냐’는 국방부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 국방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임명 후인 26일 추가 도입 건을 보고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청와대 측은 ‘그런 적 없다’고 반박하고 있어 정부 내 혼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확한 진상은 더 알아봐야겠지만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홍역을 치렀는지는 정부 모든 기관이 잘 알 것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에는 유보적 입장을 취해 왔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이 발사대 추가 도입 사실을 오랫동안 몰랐다는 건 그 이유가 무엇이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물샐틈없는 국방이 이뤄지려면 일사불란한 지휘계통과 함께 신속한 정보교환이 필수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확한 진상 조사와 방지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고 제안했다.

주한미군이 경북 성주골프장에서 사드 발사대 배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동아일보는 <文정부서 또 다시 벌어지는 ‘사드 소모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2대 외에 4대가 국내에 추가 반입된 사실을 알고 어제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중략) 통상 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 6대로 구성되므로 한미 사드를 한국에 배치키로 한 이상 발사대 6대 반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가 발끈한 것은 국방부가 25일 국정기획자문위에 대한 업무보고 때 사드 발사대 2대 배치만 보고했을 뿐 4대 추가 반입을 누락한 것이 보고 의무 위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엔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하나 청와대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해 양측 주장이 진실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군이 만일 새 정부에 사드 반입 현황을 의도적으로 허위 보고한 것이라면 무슨 이유에서든 정당화하기도, 책임을 면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조용히 진상을 먼저 파악한 뒤 조치를 취해도 됐을 텐데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조사부터 지시한 것은 오히려 논란을 키울 소지가 있다. 당장 야당은 사드 백지화를 위한 여론몰이나 새 정부 첫 내각의 인사검증 부실 논란을 피하려는 국면전환용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사드는 미국이 유사시 주한미군 기지 보호 등을 위해 방어 체계를 도입하는 것으로 굳이 공론화해 국제적 논쟁을 야기할 필요도 없었다. (중략) 북한이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막기 위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대공방어망 체계의 하나에 불과한 사드를 갖고 도입이 옳으니 그르니, 추가 반입을 보고했는지 안 했는지 이렇게 소란을 떠는 나라가 또 있을까. 더구나 사드 문제는 이미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국제적 이슈다. 새 정부는 사드 문제로 또다시 소모전을 벌이는 것이 국익에 과연 무슨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사드 추가 반입’ 의혹, 철저히 진상 규명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의혹은 도대체 어디가 끝인가. (중략) 국방부는 지금껏 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고, 지난 25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때도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다. 납득이 안 된다. 군 통수권자나 새 정부 공식 기구에 보고하지 않아도 될 사소한 일로 여겼다는 것인가. (중략)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밀실 결정’과 ‘일방통행’의 연속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사드 도입 추진 의혹이 일자, ‘미국이 요청한 바 없어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입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그러다 2016년 박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고, 불과 6개월 뒤인 7월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중략) 새 정부 출범 2주를 앞둔 4월 26일 새벽에는 사드 핵심 장비를 알박기 하듯 기습적으로 배치했다. 직전까지도 국방부는 ‘대선 전에 장비 반입이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 아직도 숨기고 있는 사실이 또 있는가. 추가 반입을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는지, 왜 보고를 안 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공약한 것처럼 국민의 안위와 직결된 사드 배치 문제는 국회 논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고 요구해 한국인들의 비판을 자초했다. 사진=AP뉴시스


경향신문은 <대통령도 모르는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가능한 일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략) 군이 중대한 안보 사안을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모르게 다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철저 조사를 지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중략) 그간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국방부의 행태는 국민주권에 대한 폭거나 다름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시민사회와 야권의 사드 배치 재검토 요구를 묵살한 채 밀어붙이더니 탄핵 이후에도 군사작전을 하듯이 야밤에 사드 장비 국내 반입, 경부 성주 배치 등을 강행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 부재 중에 중대 안보 사안인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알박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정부 시기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문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 (중략) 사드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고 중국의 보복조치가 이어지는 엄중한 현실을 고려하면 보고 누락을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설령 단순 실수라 해도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핵 위협 등 안보위기 상황에서 군의 기강 해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략) 사드는 국제 문제이자 민감한 국내 쟁점이기도 하다. (중략) 결코 소수의 군인들이 좌우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한민구 국방장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책임이 무겁다.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드 기습 배치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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