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제조한 핵심 부품으로 일본에서 조립한 일본 항공자위대 차세대 주력 전투기 F-35 스텔스 1호기가 5일 아이치(愛知)현 고마키(小牧)시 도요야마(豊山)의 미쓰비시(三菱)중공업 공장에서 공개되고 있다. [NHK뉴시스]

일본이 만든 엔진을 단 최첨단 전투기가 5일 공개되면서 다시 군국(軍國)을 꿈꾸는 전범국가의 재무장 야욕에 ‘날개’를 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항공자위대에 배치될 최신예 F-35 스텔스 전투기가 아이치(愛知)현 고마키(小牧)시 소재 미쓰비시(三菱) 중공업 공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전투기는 일본 기업이 제조에 관여한 첫 기체로 시험비행을 거쳐 올해 안에 총 2대가 일본 방위성에 인도될 전망이다. 항공자위대는 F-35 전투기 운용을 위해 현재 미국에서 조종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말부터 F-35를 아오모리(靑森)현에 위치한 미사와(三澤) 항공자위대 기지에 순차적으로 배치해 주일미군 F-35 전투기와 함께 북한 경계 및 영공 침범 감시 활동 등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일미군은 ‘아시아 중시’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1월 일본 서부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岩國) 기지에 미 해병대 소속 F-35 전투기를 배치한 바 있다. 주일미군은 지난달 5일 ‘미·일 친선의 날' 행사에 맞춰 F-35를 일반에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F-35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로 뛰어난 기동성과 미사일 탐지능력 뿐만 아니라, 다른 항공기 및 함선과 정보 공유가 용이하도록 설계돼 탁월한 호환성까지 갖추고 있다. ‘통합타격전투기(Joint Strike Fighter·JSF)'란 별칭의 F-35는 노후한 F-4 전투기의 후속 기종이자 F/A-18 호넷과 해리어를 대체하는 차세대 전투기로 헬리콥터처럼 공중에서 정지할 수 있고, 어느 곳에나 수직이착륙이 가능해 상륙 강습함 탑재 상태에서 근거리 상륙작전에 투입하기에도 용이하다.
초계 비행 중인 F-35 스텔스 전투기 [AP뉴시스]

  향후 일본 방위성은 F-35 전투기 총 42대를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38대는 엔진 등 일부 핵심 부품을 일본 기업이 제조했으며, 기체의 최종 조립과 기능검사도 미쓰비시 중공업이 맡았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의 주력기였던 ‘제로센(공식명칭 영<0·zero>식함상전투기)’을 생산했던 군수회사로 식민지 조선에서 강제징용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전범기업이다.

  한편 제로센을 복원한 비행기가 일본 하늘을 다시 날아 태평양전쟁 피해국가 뿐만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복원된 제로센은 지난 3일 지바(千葉)시 마쿠하리가이힌(幕張海浜) 공원에서 열린 에어쇼 ‘레드불 에어레이스' 행사에 등장해 도쿄만 상공을 가로질렀다. 3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부활’한 군국주의 일본의 대표 상징물이 선보인 전시 비행을 지켜봤다.

  이번 에어쇼에 등장한 제로센은 1942년에 생산된 기체로 1970년대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에서 발견됐으며 캐나다산 엔진을 탑재해 복원한 비행기다. 이 제로센 복원기는 전에도 일본에서 여러 차례 비행했던 전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월엔 가고시마(鹿兒島)현 해상자위대 기지 주변에서도 시험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비행을 기획한 ‘제로센귀국프로젝트' 측은 교도통신에 “일본이 자랑하는 기술유산인 제로센의 모습을 후세에 계승하고 싶다”고 밝혀 역사의식 부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비행을 지켜본 한 관람객도 통신에 “과거 전쟁에 사용된 비행기이므로 복잡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평화에 대한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해 전쟁 상징물이 평화로 둔갑하는 과거사 인식의 역설을 보여줬다.

  진주만 공습과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神風)’로 불리는 자살특공대 공격에 동원되며 악명을 떨쳤던 제로센은 전투기 설계자인 호리코시 지로(堀越二郞)의 일대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風立ちぬ·The Wind Rises)’와 자살특공대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극우 영화 ‘영원의 제로(永遠の0)’ 등을 통해 조명 받으며 또다른 논란을 파생시킨 바 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의 홍보관 격인 유슈칸(遊就館) 박물관에 전시된 제로센 전투기. 구성찬 기자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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