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어디 있었니?” 5살 소녀, IS 납치 3년만에 엄마 품으로

다섯 살짜리 이라크 크리스천 소녀가 극단적인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게 납치된 지 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겉보기엔 상처는 없었지만 납치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소녀는 아직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월드워치 모니터 캡처

박해받는 크리스천들의 소식을 주로 전하는 ‘월드워치 모니터’는 IS에게 납치됐던 크리스티나 아바다라는 다섯 살짜리 소녀가 지난 9일 극적으로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고 최근 보도했다.

IS를 피해 지난 2년 동안 이라크 북부 아슈티 난민캠프에서 머물던 가족들은 크리스티나가 돌아오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매체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가족과 이웃들이 손뼉을 치고 춤을 추며 크리스티나의 무사귀환을 기뻐하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주인공인 크리스티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다.

크리스티나의 모친 아이다는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티나를 둘러싸고 기뻐하는데도 크리스티나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면서 “사람들이 질문을 퍼붓지만 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니네베 평원에 있는 기독교 도시 카라코시(Qaraqosh)에 살던 크리스티나는 2014년 8월 22일 IS에게 납치됐다. IS가 진격해올 때 크리스티나 가족은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크리스티나의 부친이 맹인인데다 나이가 많아 움직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크리스티나 가족은 IS에게 자비를 기대했지만 IS는 그들의 희망을 저버렸다.

IS대원들은 크리스티나 모친 아이다에게 의료지원을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크리스티나 가족은 IS대원들에게 돈과 금, 옷, ID카드 등 돈이 될 만한 모든 것을 건넸다. 그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아이다 무릎에 있던 두 살짜리 크리스티나를 데리고 버스에 올라탔다. 아이다는 딸을 제발 데려가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IS대원들을 이끌던 사령관은 아이다에게 총을 겨누고 경멸의 제스처를 남긴 채 크리스티나를 데리고 사라졌다.

이후 몇 년간 크리스티나를 둘러싼 소문이 이어졌다. 살아있다는 루머도 나돌았지만 납치 1년이 넘자 가족들은 점차 희망을 잃어갔다. 아이다는 그래도 딸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딸이 없는 생일상을 차렸다. 아이다는 당시 “크리스티나가 엄마 없이 자란다는 게 두려웠고, 딸을 다신 보지 못하는 것 아닐까 걱정됐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크리스티나를 무사히 구출했다. 그러나 크리스티나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티나의 친척들은 “크리스티나, 어디에 있었니?” “엄마가 널 많이 기다렸단다. 안 가본 곳이 없어. 그동안 어디 어디에 갔었니?” 등의 질문을 쉴 새 없이 던졌지만 아직 대답하지 않고 있다.



IS는 점령지 여성들을 성노예로 삼는 만행을 일삼고 있다.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드족의 나디아 무라드(23) 역시 2014년 8월 쿠르디스탄 신자로의 한 마을에서 IS에게 납치됐다. 무라드에 따르면 당시 6500명의 야지드 출신 여성과 어린이들이 납치됐고 남성 수 천 명은 살해당했다. 무라드는 납치된 이후 12명에게 강간당했다고 진술했다.

다니아 무라드. 미러 캡처

가까스로 탈출한 무라드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IS를 민족학살 혐의로 제소했다. 이어 인신매매 피해자인 난민 여성과 소녀들의 참상을 알리는 유엔 친선대사에 임명됐다. 무라드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에는 유럽 최고 인권상인 바츨라프 하벨 인권상을 수상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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