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도 도움 줄래요” 봉사로 눈물 닦는 세월호 생존학생들

“캄보디아 아이들과 하나 돼 웃고 즐기면서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제가 단원고 학생이었다는 걸 잊었다는 사실이에요. 봉사는 믿기지 않는 힘을 지녔어요.”

세월호 생존학생이 캄보디아 아이와 함께 운동장에 하트표시를 그리고 있다. 생존학생 13명은 구세군 자선냄비 드림해피 5기 해외자원봉사단원으로 지난 2월 19일부터 나흘간 캄보디아 스와이리엥의 참박코앙초등학교를 찾았다. 구세군 제공

세월호 생존학생 A양(20)은 구세군과 함께한 캄보디아 봉사활동 내내 웃는 일이 많았다. 자신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도 봉사활동을 하며 깨끗이 잊을 수 있었다.

A양 등 세월호 생존학생 13명은 구세군 자선냄비 드림해피 5기 해외자원봉사단원으로 지난 2월 19일부터 나흘간 캄보디아 스와이리엥을 찾았다. 수도 프놈펜에서 동남쪽,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은 현지어로 ‘늘어선 망고나무’라는 뜻을 지녔다.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가난한 지역이다.

단원들이 찾은 참박코앙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500여명이지만 교실은 9개뿐이다. 콩나물시루처럼 교실에 빽빽이 모인 아이들은 한 점 꾸밈없는 해맑은 미소로 봉사단원들을 반겼다.

무엇보다 이방인에 대한 낯가림이 없었다. A양은 “아이들이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도 항상 이렇게 웃으면서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과 마주치지 않을 때도 항상 웃는 모습을 지니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이 캄보디아 스와이리엥시 참박코앙초등학교를 찾아 올바른 손씻기 교육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구세군 제공

단원들은 올바른 손 씻기와 양치 방법 등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양치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칫솔질을 따라 하다 잇몸에서 피가 났다. 아이들이 손을 씻는 물바가지는 어느새 검은 땟물로 가득 찼다. 한 단원은 끊임없이 비누와 물을 만지며 손 씻는 방법을 열심히 가르치다 손등이 벗겨졌지만 아이들을 위해 참을 수 있었다.

B양(20)은 제대로 된 신발 한 켤레 없이 뜨거운 길을 걸어 다니는 아이들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신발 없는 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제 신발이라도 신겨주고 싶었지만 100명 넘는 아이들에게 신발 한 짝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슬펐어요.”

30도를 가볍게 넘기는 더위에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단원들은 ‘봉사는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B양은 “흘러내리는 땀도 ‘누나’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고 회고했다. 한 아이는 자신이 소중히 아끼는 풍선을 단원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캄보디아 스와이리엥시 참박코앙초등학교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구세군 제공

마지막 날에는 단원들이 몇 번이고 모여 준비한 핸드벨 연주회가 열렸다. 각기 다른 크기의 핸드벨이 화음을 이뤄 캐럴과 아리랑의 선율을 만들어냈다. 댄스 공연과 풍선아트도 반응이 좋았다. 단원들은 학교 담장에 이름과 벽화를 새기며 추억을 남겼다.

“아이들이 지금도 우리가 가르쳐 준 방법으로 손을 씻는다는 말을 들으니 뿌듯해요. 제가 한 작은 일이 아이들에게는 나비효과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겠구나 싶어요.”

캄보디아에서의 바쁜 일정을 마친 C양이 떠나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소감을 이었다. 사회에 도움 받은 만큼 자신도 사회에 도움 되기를 다짐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캄보디아 스와이리엥시 참박코앙초등학교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구세군 제공

구세군은 단원들의 소감문을 13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조용히 세월호 생존학생들을 도와온 지 2년여만이다. 

2014년 4월 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 여객선은 이튿날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해상에서 침몰했다. 수학여행을 위해 세월호를 탔던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 중 75명만이 돌아왔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학생들을 도와달라며 기업과 개인 등이 12억140만원의 기부금을 구세군에 보내왔다. 이는 고스란히 진도 팽목항에 있는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급식 및 세탁지원, 생존학생 지원 프로그램에 사용됐다. 생존학생들을 위해선 대학 및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튜터링(학습지원), 사고후유증 회복을 돕는 위기상담,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토록 돕는 자원봉사활동체험 등 2년·3단계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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