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인천 여아살해사건 전모와 캐릭터 커뮤니티

SBS 방송화면 캡처

인천 여아 살해사건을 조명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등장한 캐릭터 커뮤니티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여자 초등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김모 양(17)과 공범 박모 양(19)의 진술이 엇갈리는 지점에 캐릭터 역할극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비밀친구와 살인 시나리오 - 인천 여아 살해 사건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인천 여아 살해사건을 파헤쳤다. 피의자 김 양의 사건 당일 행적과 공범인 박 양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고등학교 자퇴생인 김 양은 놀이터에서 만난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을 집으로 유인해 목 졸라 살인하고, 사체를 훼손하고 아파트 옥상 물탱크 부근에 유기했다. 범행에 소요된 시간은 단 두 시간이었다. 평범한 체구의 17세 여학생의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엔 의문점이 투성이였다.

김양의 변호인은 지난 15일 열린 첫 재판에서 “살인 및 사체손괴 유기 등 범죄 혐의는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계획범죄나 유인 범죄는 아니다”라며 “아스퍼거증후군 등 정신병으로 인한 충동·우발적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스퍼거증후군은 자폐성 장애의 일종으로 능력과 지능은 비장애인과 비슷하지만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특정 분야에 집착하는 질환이다.

SBS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검찰은 김양과 박양이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와 김양의 사건 당일 행적을 공개하며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사건 당일 김 양은 19세 고등학생 박 양에게 ‘사냥 나간다'며 범행 사실을 미리 알렸고, 박 양은 살인을 했다는 김 양에게 아이의 '손가락이 예쁘냐'며 손가락을 가져다 달라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박 양은 김양의 범행 이후 '침착해. 알아서 처리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김양이 범행 전 ‘초등학교 하교 시간’, ‘완전 범죄 살인’, ‘혈흔 제거 방법’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신 일부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경찰은 김 양에게 행방을 물었고, 그는 박 양에게 건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 양은 경찰에 “선물인 줄 알고 받았다. 시신인 것은 몰랐다”며 살인 방조를 부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시신의 일부를 다 똑같은 장소에다 은닉을 해야 합리적인 선택인데, 그 중에 일부를 꺼내 굳이 공범한테까지 갖다 준 데는 공범이 사실은 (시신의 일부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양과 박양 두 사람은 올해 2월 경 만난 곳이 캐릭터를 통해 역할극을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만났다. 일명 자캐라 불리는 곳이다.

일부 대중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이 커뮤니티는 하나의 주제가 있는 방에서 캐릭터로 사람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놀이의 공간이었다. 이 중 시리어스 커뮤니티는 잔인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 곳에서 김 양은 놀이를 넘어 이 곳에 굉장히 심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제보자는 김양을 오프라인에서 만났는데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착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제보자는 김양이 그린 캐릭터를 보여주며 커뮤니티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프로파일러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에서 “캐릭터 커뮤니티, 고어물이 이 사건에 불을 댕긴 역할이 될 수 있지만 사회관계가 충실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방송 이후 캐릭터 커뮤니티 이용자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이용자들은 SNS를 통해 “모든 자캐러(캐릭터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사람)가 잠재적 피의자는 아니다”며 “살인 사건이 핵심이지, 피의자가 캐릭터 커뮤니티를 했다는 것은 요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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