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에서 발생한 인터넷 설치기사 살인사건의 피해자 이모(53)씨는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인터넷이 느리다’며 분노를 참지 못한 집주인 권모(55)씨가 마구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18일 충북 충주경찰서에 따르면 권씨는 지난 16일 오전 인터넷 수리 요청을 받고 자신의 원룸을 찾아온 인터넷 설치기사 이씨를 보자마자 시비를 걸었다. 권씨는 이씨에게 “갑질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며 공격적인 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이 격해진 권씨는 갑자기 흉기를 집어들었고, 이씨의 목과 복부 등을 향해 연거푸 휘둘렀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2007년부터 해당 인터넷업체를 사용해온 고객으로, 평소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쌓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씨를 보자 갑자기 분노가 폭발해 참극을 벌였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씨는 원룸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고, 헬기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찔린 상처가 심해 결국 숨졌다. 

권씨가 마구 휘두른 흉기에 이씨 가정은 날벼락을 맞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아내와 대학생인 두 자녀, 80대 노모 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이씨는 3년전 한 대기업 통신사를 명예퇴직하고, 자회사에 재취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최근 경남 양산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과도 유사한 측면이 많다. 지난 14일 양산경찰서는 아파트 외벽 작업자의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밧줄을 끊어 살해한 40대 남성을 구속했다.

이 남성은 지난 8일 오전 8시쯤 양산의 한 아파트 옥상 근처 외벽에서 오로지 밧줄에만 의지한 채 작업을 하던 김모(46)씨가 켜놓은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화를 낸 후 옥상으로 올라가 칼로 밧줄을 끊었다.

13층 높이에서 작업하던 김씨는 바닥에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김씨는 아내와 고교 2학년생부터 27개월된 아이까지 5남매를 둔 가장이었다. 그는 70대 노모까지 모시고 부산에 있는 20평짜리 주택에서 전세로 살았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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