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민일보 DB

“당신의 두 눈에/ 나지막한 등불이 켜지는/ 밤이면/ 그대여, 그것은/ 그리움이라 부르십시오/ 당신이 기다리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람입니까, 눈(雪)입니까/ 아, 어쩌면 당신은 저를 기다리고 계시는지요/ 손을 내미십시오/ 저는 언제나 당신 배경에/ 손을 뻗치면 닿을/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읍니다”

요절한 시인 기형도(1960~1989)의 미공개 연시(戀詩) 1편이 공개됐다. 해당 시는 기형도 시인이 1982년에 쓴 작품으로 시인의 20대 초반 모습이 담겨있다. 기 시인은 이 작품을 신춘문예로 등단하기 3년 전에 썼다.

문화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기 시인과 문학회 활동을 함께했던 박인옥(한국문인협회 안양지부장) 시인은 “문학회 모임에 참여했던 문우의 여동생이 갖고 있던 작품”이라며 19일 이 시를 공개했다. 시는 10월에서 11월 사이 경기도 광명시에 설립될 기형도문학관에 기증될 예정이다.

작품은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기자 출신 작가 성우제 씨가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성씨는 소설가 성석제의 동생이다. 그는 자기 형과 절친한 대학동문 사이였던 기 시인을 편하게 ‘형’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1982년 방위병이었던 기형도 시인은 근무지인 경기도 안양에서 문학모임인 ‘수리문학회’ 사람들과 자주 어울렸다. 기 시인은 선술집에서 술값을 내준 여성에게 답례의 의미로 이 연시를 썼다.

기형도 시인은 연세대학교 졸업 후 중앙일보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시 창작 활동을 병행했다. 1989년 3월 7일 29세 때 서울 종로의 파고다극장에서 심야 영화를 관람하다 숨진 채 발견됐다. 대표작으로는 유고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이 있다. ‘안개’ ‘빈집’ ‘질투는 나의 힘’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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