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학계가 일부 무분별한 광역동 레이저를 이용한 부인암 치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배덕수·
사진·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부인종양위원회는 4일, 자궁경부암 등에 대한 광역동치료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가급적 암세포가 5~10㎜이내 깊이 상피조직에 한정돼 있을 때만 시술하는 것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근육층까지 파고든 경우 잘 치료된 듯해도 재발 위험이 높고, 이로 인한 시비도 심심치 않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만든 부인종양위원회에는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김재훈 교수(위원장) 김성훈 교수팀과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최민철 교수,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이성종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서동훈 교수 등이 참여, 의견을 모았다.

광역동치료(PDT)가 자궁경부암의 전암병변인 상피내종양(intraepithelial neoplasia) 치료법으로 국내에 소개된 이후, 의료계 일각에서는 장기(organ)의 수술적 제거 없이 보존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 인기리 시술됐다.

그러나 최근 광역동치료 후 질환이 완치되지 않거나 재발한 환자들의 민원이 종종 제기되는 것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대부분 침윤성 자궁경부암 환자들에게 광역동레이저 치료를 시도한 경우였다. 

학회는 고가의 치료 비용 또한 환자들의 불만 사항이지만, 그 이전에 침윤성 암은 치료 후 경우에 따라 환자가 사망할 수 있으므로 항상 과학적 근거에 따라 최선의 치료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광역동치료는 지난 1995년에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암 치료법으로 공식 인정한 이후, 세계 각국에서 폐암·식도암·방광암·피부암 등의 치료에 쓰이고 있다.

1, 2 종양 부위의 비정상 암세포에만 장시간 축적되는 광과민성 약제(photosensitizer)를 투여한 후, 특정 파장의 레이저 광선을 쏘게 된다. 

결국, 레이저의 에너지는 광과민성 약제가 있는 곳에서 조직내의 산소가 활성화하는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이렇게 생성된 활성 산소에 의해 비정상 암세포만 파괴되는 원리를 이용한 첨단 암치료법이 광역동치료법이다. 

병기 부인암 치료 영역에 있어서도 광역동치료법을 활용한 연구들이 국내외에서 보고되었다. 

자궁경부암의 전암병변인 자궁경부상피내종양(CIN, Cervical intraepithelial neoplasia) 2기 혹은 3기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장기적인 치료성공률이 92.8~98.1%에 이르렀다는 보고가 있다. 

외음부암의 전암병변인 외음부상피내종양(vulvar intraepithelial neoplasia)의 치료로 광역동치료를 이용한 연구결과에 힘입어 미국산부인과학회도 가이드라인에 외음부상피내종양 치료 방법의 하나로 광역동치료르 호함시키기도 했다.

이외에도 젊은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환자의 생식력 보존을 목적으로 광역동치료를 적용한 연구들이 국내에서 보고되었으며 치료 후 정상 출산까지 성공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학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역동레이저 치료를 부인암 전반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그 안정성이나 유용성이 제대로 축적되지 못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레이저가 침투해서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깊이가 5~10 ㎜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이보다 깊숙한 위치의 암세포는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 광역동치료의 단점이다. 

광역동치료 실패 환자들은 대부분 자궁경부 원추절제술을 시행하지 않고 생검만으로 진단된 자궁경부 0기암을 포함한 상피내 종양 환자들임을 볼 때 침윤성 암을 완치하는 목적으로 쓰이는 데는 광역동치료가 일차 치료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학회측의 지적이다. 

따라서 광역동레이저 치료법은 근육층을 파고들지 않은 무침윤 자궁경부 상피내 종양에 국한해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인암 영역에서 광역동 치료의 가능성은 전암병변에서의 효용성에 대한 경험 축적과 달리 침윤성 암에서의 결과는 아직 불완전하게 입증되었으므로 치료 효과의 과학적 입증까지 치료법으로서의 선택은 보류하는 것이 맞다는 뜻이다. 

배덕수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부인암 영역에서의 광역동치료는 전암병변의 치료 방법으로 인정될 수 있으나 근육층까지 파고든 침윤성 암에서는 의학적 효과가 명확하게 확인되기 전까지는 사용돼선 안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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