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독일 베를린 인터컨티네탈 호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통역기가 고장 나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자신의 통역기를 문 대통령에게 급히 전달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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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두 정상은 시간이 촉박해 동시통역기를 사용했는데, 회담 도중 문 대통령 통역기에 문제가 발생했다. 통역기의 수신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시진핑 주석도 문 대통령에게 인사말을 건네던 중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은 듯 “잘 들리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앞부분 들으셨나요? 소리가 있나요?”라고 거듭 물었다.


바로 이때 옆에 있던 강 장관이 자신의 통역기를 문 대통령에게 급히 전달했다. 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통역기를 직접 살펴보며 조작한 뒤 통역기는 정상 작동했다. 시진핑 주석의 초반 발언을 듣지 못했던 문 대통령은 “앞부분을 제가 좀 못 들었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시진핑 주석은 “이제 잘 들리나요?”라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네, 잘 들린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이런 문 대통령의 모습을 걱정스러운 듯 계속 지켜봤다. 잠시 후 문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 장관은 그제야 안도한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런 강 장관의 행동을 두고 “국제무대 경험의 차이는 저런 작은 행동에서 드러난다. 저런 모습은 강 장관의 좋은 능력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강 장관의 존재감이 드러난 순간은 또 있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5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표를 준 41% 지지층 외의 국민을 어떻게 끌어안을 생각이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갑작스런 질문에 “독일의 경험을 참고해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며 통합을 이루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강 장관이 “총리님,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라며 보충답변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국민적 지지율이 80%를 웃돌고 있다. 이미 국민통합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설득력 있고 간결한 강 장관의 답변은 문 대통령의 겸손한 모범답안에 외교적 자부심을 얹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강 장관을 두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8일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제 밑에 있었던 직원이 대통령님 밑으로 가게 된 것을 조금 논의해야 할 것 같다. 유엔은 강 장관을 빼앗겨 많은 것을 잃었다. 조금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강 장관은 10일 외교부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외교 현안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의 임명을 받고 취임하게 돼 아쉽고 죄송하다”면서 “시작은 미진했지만 의원님들의 많은 지지를 바란다. 미진함에서 시작됐지만 외교안보의 엄중한 현실에 있어서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난국을 극복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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