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피니트 엘은 지우고 배우 김명수로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테니까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5월 드라마 ‘군주: 가면의 주인’(MBC) 제작발표회. 엘(본명 김명수·25)은 호기롭게 말했다. 그룹 인피니트 멤버로 더 익숙했던 그가 배우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자리였다. ‘김명수’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그는 짐짓 어색한 듯, 그러나 기대감에 들뜬 듯 했다.

분명 남다른 각오가 있었을 터다. ‘당시 어떤 심경이었느냐’고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물었다. “엘은 어느 정도 네임 밸류가 갖춰진 인피니트라는 그룹의 일원이잖아요. 엘과 별개로 김명수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엘이 연기한다’는 선입견도 깨고 싶었고요. 배우로서 처음 시작하는 것이니 다르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엘은 지난 13일 종영한 ‘군주’에서 동명의 왕세자(유승호)와 신분을 바꿔 꼭두각시 왕 역할을 하게 된 천민 이선 역을 소화했다. 명석한 두뇌를 가졌음에도 미천한 신분 탓에 꿈을 버리고 살아가던 인물. 그는 가은(김소현) 아씨에게 연모의 정을 품게 되고, 왕좌에 앉은 뒤 욕망이 커져 결국 폭주하고 만다.

초반 순수한 청년의 모습부터 점차 흑화(黑化)되다가 스스로 파멸해버리는 모습까지. 감정의 진폭이 큰 역할을 엘은 차분하게 그려나갔다. 첫 사극 도전이었기에 우려의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마치 보란 듯이, 매회 눈에 띄는 적응력으로 역할에 빠져들었다.

2011년 일본 아사히TV 드라마 ‘지우-경시청 특수범 수사계’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엘은 차근차근 배우의 길을 밟아왔다. ‘주군의 태양’(SBS·2013) ‘앙큼한 돌싱녀’(MBC·2014) 등에서 얼굴을 비췄다. 그는 “난 성취감을 얻고자 하는 욕심이 큰 편”이라며 “노래든 연기든 사진이든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 있어서 다 인정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배우로서의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라는 엘은 “‘군주’가 연기에 대한 첫 깨우침을 얻게 된 시발점인 것 같다”고 했다. “첫 사극인데다 이렇게 많은 선배님들과 연기해본 경험도 처음이었어요. 진짜 많이 배웠거든요. 정말 배움의 끝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은 유독 감회가 깊습니다.”

그는 스스로 ‘성장형 캐릭터’라 지칭했다. 가수든 배우든 계속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저는 솔직히 다 잘하고 싶어요. 사실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거든요. 저의 팬 여러분도 제가 점점 성장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좋아하세요. 성장형 캐릭터라고. 엄마처럼 키우는 느낌 든다고(웃음).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계속 찾아가면서 열심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첫 사극 도전이었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나.
“시놉을 받았을 때부터 이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임팩트가 큰 캐릭터는 처음이었거든요. 사극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지만, 이번에 놓치면 다신 이런 캐릭터를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욕심을 냈죠. 영화 ‘광해’나 드라마 ‘해를 품은 달’(MBC)을 보면서 행동이나 자세 등을 많이 연구했어요.”

-그럼에도 사극 연기가 처음부터 몸에 익진 않았을 텐데.
“특유 말투나 어조를 몸에 베이게 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사극이라는 세계 자체에 젖으려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연습을 하거나 배우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촬영 전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확실히 초반보다는 후반에 연기가 편안해 보이더라.
“6~7개월 정도 촬영을 하다 보니 현장에 젖은 거죠. 아역 연기부터 차곡차곡 감정선을 쌓고, 상대 배우들이랑 계속 호흡을 맞추다 보니 더 자연스러워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군주’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바가 있다면.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과 저의 기존 연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있었잖아요. 그런 것에서 탈피해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고 할까요.”

-아이돌 선입견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게 있나.
“제가 데뷔 8년차가 되다 보니 그런 선입견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어요. 아이돌 연기자가 많아질수록 시기와 질투도 많아지죠. 요즘 아이돌은 만능 엔터테이너잖아요. 연기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데, 못하면 질타를 받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과거 출연작에선 연기력 지적이 나왔던 게 사실인데 그 사이 많은 발전을 보였다. 어떤 노력들을 해왔나.
“아이돌이라는 직업 특성상 병행 활동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앨범 활동을 하면서 예능과 연기를 같이 했죠. 솔직히 집중을 못 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 반응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너를 사랑한 시간’(SBS·2015)부터 촬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어요. ‘군주’도 그랬고요.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돼서 (이번에)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음가짐에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번에도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부정적인 시선들 중에서도 저에게 도움이 되는 비판들이 있거든요. 내가 진짜로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비판해주니까요. 그런 의견을 수용하면서 연기에 접목시키다 보니 좋은 방향이 잡힌 것 같아요.”


-원래 반응을 잘 찾아보는 편인가.
“네. 저는 댓글 1000개 있으면 1000개 다 봅니다(웃음). 성격상 스스로 더 채찍질 많이 하고 성취감 얻는 걸 좋아해요. 칭찬 받는 것도 좋아하고요. 비판적인 댓글을 받아들이면 그분들도 저를 좋아하게 될 테고…. 그래서 계속 모니터하고 찾아보게 돼요.”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뭐였나.
“표현의 방식을 달리 해보고 싶었어요.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가수 활동하면서 배운 감정을 통해 다른 식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예컨대 가수는 3~4분 안에 무대에서 모든 걸 응집해서 표현해내야 하니까 격앙된 감정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가수로서나 배우로서, 어떤 방향성 혹은 지향점을 갖고 있나.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잘 하는’ 거죠. 연기는 어떤 작품이든 캐릭터 그 자체로 보이고 싶고, 노래는 한 가지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체돼 있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8년간 연예계 활동을 해오면서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나.
“슬럼프는 딱히 없었어요. 제가 워낙 가만히 쉬는 걸 잘 못해요. 휴가가 주어져도 2~3일 쉬고 나면 ‘아, 빨리 뭔가 해야 되는데’ 싶어요. 지금도 하반기에 뭘 할지 정해지지 않았거든요. 정해진 스케줄들만 마무리되면 바로 하반기 일정부터 짤 것 같아요. 제가 워낙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해서요. 플랜맨이에요(웃음).”

-인피니트 재계약 얘기가 나오던데. 향후 팀 활동은 어떻게 되나.
“재계약 여부는 긍정적으로 논의 중입니다. 아직 멤버들끼리 정확하게 얘기를 나누지 못했어요. 어쨌든 저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웃음).”

-과거 인터뷰에서 ‘취미도 노력, 특기도 노력’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더라. 노력을 즐기는 편인가.
“노력은 주어진 대로 계속하는 것 같아요. 한계를 두지 않아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꼭 100%를 채우지 않아도, 1%만 해도 노력인 거니까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