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소위 잘나가는 이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 검·경 연예인 스포츠 스타를 소개하는 기사는 많지만 평범한 이웃들의 삶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들도 다 사연이 있고, 소중한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수동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정장을 입고 드럼을 연주하는 오성택씨

드럼에 매료된 건 중학생 때였습니다. 교회 형의 연주를 보며 드럼의 사운드와 리듬에 빠져버렸답니다.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꾸렸습니다. 엄마 몰래 바이올린을 팔아 드럼 스네어를 샀습니다. 
 원래 쉽게 질리는 타입이라 게임도 안하고 만화책도 안 보는데 드럼은 20년째 쳐도 즐겁답니다. 서울 상수동에 있는 합주실 오스뮤직의 오성택(34)씨를 지난 11일 만났습니다.

서울 상수동 합주실 오스뮤직 입구

중학교 때 연주했던 첫 합주곡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넥스트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이 곡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이제 그만 일어나 어른이 될 시간이야 너 자신을 시험해봐 길을 떠나야 해.’ 성택씨는 경찰악대 전역 후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길을 떠납니다. 

버클리음대를 거쳐 뉴욕시립대에서 드럼으로 재즈석사를 딴 뒤 지난해 1월 귀국했습니다. 지금은 단국대와 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에게 드럼을 가르치면서 공연, 음반작업, 하우스밴드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오성택씨가 드럼세트에 앉아 앨범 녹음을 하는 모습

드럼에 얽힌 에피소드는 한 시간 정도 이어졌습니다. “제가 경찰악대에서 복무했는데 강원지방경찰청장이 오는 행사에 후임이 드럼 스틱을 안 챙긴 적이 있어요. 나뭇가지를 꺾어서 연주했죠.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는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더라고요.”

성택씨는 인터뷰 중간중간 드럼 연주를 보여줬습니다. 그 리듬감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리듬을 활자로 적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타까운데 어쨌든 정말 잘 치더군요.



그는 재즈의 매력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악기 연주자들과 교감하며 악기로 대화를 한다는 거죠. 그러다 솔로연주를 하는 부분에선 청중들과 대화합니다. 성택씨는 이 대목에서 재즈를 한권의 책에 비유했습니다.
 
“재즈는 악기들끼리 서로 대화하며 이야기가 담긴 책을 쓰는 거에요. 그러다 드럼 파트가 나오는 페이지에선 하얀 종이에 제가 스토리를 써가며 청중들에게 이야기 하는 거죠.”

오성택씨의 드럼 세트

성택씨는 지난 8월 연주곡 앨범을 냈습니다. 미국 유학 당시 뉴욕 할렘에서 함께 살았던 3명의 룸메이트도 이번 앨범에 동참했습니다.

갑자기 문제가 생겼습니다. 두 달 뒤 서울 서교동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했는데, 공연 당일 오전 목에 담이 와서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된거죠. 부황 뜨고, 침 맞고, 근육이완제도 먹었지만 낫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연을 하는 1시간 30분 동안은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답니다. 공연이 끝나자 다시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음악을 연주할 때는 통증 자체가 없었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음악 뽕’이 이런 건가 싶었죠. 제 음악이 자식같기 때문인 걸까요. 부모도 자식을 위해선 아픈 줄 모른다고 하잖아요.”

지난해 10월 21일 서울 서교통 폼텍웍스홀에서 열린 앨범 쇼케이스에서 오성택씨가 드럼 연주에 심취해 있는 모습. 목을 꼿꼿이 세우고 있다.

재즈는 원래 백인들이 즐기기 위한 음악이었습니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 연주만 하던 흑인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약자의 반란’ 같은 거라고 볼 수 있죠. 이걸 ‘할렘 르네상스’라고 하는데, 오성택밴드의 첫 앨범제목이 바로 ‘할렘 르네상스’입니다.

지난해 8월 발매한 오성택밴드의 첫 앨범 '할렘 르네상스'

재즈연주자들은 악보에 얽매이지 않고 악기를 연주하며 즉흥적으로 작곡을 합니다. 성택씨도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게 재즈의 매력”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거죠.

 인생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흥미가 있는 거겠죠. 성택씨는 “뮤지션으로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인생의 숙제”라고 했습니다. 다만 소망이 있다면 그 길이 뭐든 간에 일흔이 될 때까지는 드럼을 치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드럼연주를 하는 한국 재즈의 거장 류복성(76)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재즈는 늙게 하지 않는 힘이 있어요. 그 자유로운 음악과 함께 한 인생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오른손엔 드럼 스틱을 들고 왼손으론 '안녕'하는 오성택씨.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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