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독일에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의 후속조치다. 최근 북한의 군사위협이 거세지는 상황에도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북측에 대화를 제의한 것이다. 앞서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대화 여지를 열어놓은 듯한 여운을 남겨 남북 간 '물밑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17일 북한에 군사회담을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적십자회담을 다음달 1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자고 각각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한 지 11일 만이다.

국방부는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군사당국회담 개최 제의’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국방부는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7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대한적십자사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제의’를 발표했다. 역시 베를린 구상에 담겼던 "10·4 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인 10월 4일에 이산가족 상봉 및 성묘 방문"을 제안한 데 대한 후속조치다.

북한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4형을 발사하는 등 군사적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자칫 북한이 대화를 거절할 경우 문재인정부로선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제안이 이뤄져 남북 간에 사전 물밑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는 북측 정황도 있었다.

북한은 지난 15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첫 반응을 내놓았다. 대부분은 베를린 구상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지만, 남북 대화의 여지도 남겨놓았다.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에서 “(베를린 구상) 전반에 대결 저의가 깔려 있으며, 평화와 북남관계 개선에 도움은커녕 장애만을 덧쌓는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고 혹평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존중, 이행을 다짐하는 등 선임자(이전 대통령)들과는 다른 일련의 입장이 담겨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 정부의 대북 기조를 평가할 때 비판일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압박'과 '대화'의 병행을 주장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의식해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노동신문 논평은 또 “제2의 6·15 시대로 가는 노정에서 북과 남이 함께 떼어야 할 첫 발걸음은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대북 제재에는 강력 반발하면서도 자신들의 관심사이기도 한 군사회담에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적십자회담보다 군사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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