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4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당시 남측 수석대표인 이홍기(오른쪽)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북측 수석대표 김영철 인민군 중장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국민일보 DB(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가 북한에 군사회담을 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실행하는 차원에서다.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다만 북한은 베를린 구상에 대한 첫 대답으로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에서 문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군사회담 성사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관측할 여지를 남겼다.

국방부는 17일 오전 9시 “군사분계선(MDL)에서 긴장을 고조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해 오는 21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제의한다”며 “단절된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복원해 우리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회신하길 바란다. 북측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소 적극적으로 회신을 요구했다.

국방부는 문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을 실행에 옮길 목적으로 북측에 군사회담을 제의했다. 휴전협정 64주년인 오는 27일을 기해 MDL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추석인 10월 4일을 전후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구상이다. 국방부 발표와 같은 시간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오는 8월 1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갖자”고 제안했다.

국방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북한의 회신 여부는 알 수 없다. 회신이 있어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을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 북한은 지난 15일자 노동신문에 개인명의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대화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도 있었다.

노동신문은 논평 초반 “일명 ‘신베를린선언’이라고 자칭하는 이 ‘평화구상’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존중, 리행(이행)을 다짐하는 등 선임자들(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다른 일련의 립장(입장)들이 담겨져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했다.

또 ‘근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소단락 이후에는 “남조선 집권자(문 대통령)는 ‘비정치적인 교류협력 사업을 정치, 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추진’하겠다느니 ‘쉬운 것부터 시작해나가자’느니 하면서 ‘리산가족(이산가족)’ 상봉 개최와 체육 교류, 민간급 교류협력 사업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고 비난하면서도 “우리는 북남(남북)사이의 체육문화 교류나 인도주의적 협력사업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중략) 이런 사업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어제나 오늘이나 일관된 우리의 립장(입장)”이라고 했다.

논평의 결론을 내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부터, 반드시 풀어야 할 근본문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 역시 대화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만난 순간이다. 국민일보 DB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3월 남북 경제협력을 강조했던 ‘베를린 선언’에서도 노동신문 논평을 내고 “허튼소리”라고 비난하면서 대화의 가능성을 담은 메시지를 남측에 보냈다.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은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3개월 뒤인 그해 6월 북한 평양에서 성사됐다. 김 전 대통령과 당시 북한 최고 권력자였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6‧15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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