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라승용(60) 전북대 원예학과 석좌교수를 농촌진흥청장에 임명하면서 문재인정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 이은 또 한 명의 ‘고졸신화’가 탄생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17일 차관급 8명 인선 결과를 발표하며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지명자는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해 농촌진흥청 차장을 역임한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퇴임 후에도 농촌 활력 증진에 기여했다”며 “농가소득 증대와 농업 발전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를 성공적으로 실천한 적임자”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농촌진흥청 차장 자리에서 퇴임하며 40년간 몸담았던 공직을 떠난 라 청장은 1년도 안 돼 복귀하게 됐다. 라 청장은 고졸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들인 뒤 37년 만에 1급까지 오른 인물이다. ‘자수성가’의 표본으로 후배 공무원들에게 ‘롤모델’이란 평을 받고 있다.

‘근성’과 ‘뚝심’은 라 청장의 삶을 보여주는 단어였다. 전북 김제 출신으로 김제중앙초, 김제중학교를 나온 그는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장학금을 받고 김제농고에 진학했다.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등록금이 없어 포기하고 서울에서 농림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1976년 9급 공무원이 된 그는 농림부 국립부산생사검사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1981년 농진청에 신설된 농약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연구소에 고졸 출신은 단 2명뿐이었다. 그의 상관은 “고졸인데 농약 검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며 “원하면 다른 곳으로 보내주겠다”고 제안했었다고 한다. 라 청장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지겠다”며 업무를 맡았다. 

이후 라 청장은 곧바로 방송통신대 농학과에 입학했다. 농촌 현장과 연구소를 밤낮으로 왔다갔다 해야 했던 그는 필수 출석일수가 늘 부족해 10년이 걸려서야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농약연구소에서 연구관 승진시험에 합격한 그는 부산 원예연구소, 수원 원예시험장으로 잇따라 자리를 옮겼고 고려대 농학과 대학원에서 원예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농촌진흥청의 전북 이전을 총괄하는 지방이전지원단장을 맡아 전북혁신도시의 농업분야 R&D 기관 집적 사업을 수행했다. 공직에 발을 들인 지 37년 만인 2013년 1급 공무원인 농촌진흥청 차장에 발탁돼 근무하다 지난해 말 퇴임했다. 40년 인생을 농업에 바친 셈이다.

한편 청와대는 조달청장에 박춘섭(57) 기획재정부 실장, 병무청장에는 기찬수(63) 대명에너지 대표이사, 산림청장에 김재현(52) 건국대학교 산림조경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또 기상청장에는 남재철(58) 기상청 차장,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는 오동호(55)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 상임위원, 국립외교원장에는 조병제(61) 외교부 주말레이시아대한민국대사관 특명전권대사, 국립중앙박물관장에는 배기동(65)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석학교수를 임명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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