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만남을 '영수회담'이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위주의적인 독재정권 시절에 통용되던 용어여서 문재인정부의 '정치 용어'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 청와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동을 준비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춘추관 브리핑 도중 '19일 회동'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정해져 있는 건 아닌데, 영수회담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단 둘이 만나 정국의 꼬인 부분을 푸는 (마지막 담판 성격의) 자리였다. 지금은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지금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회동하는 건 그 시대의 영수회담과 성격이 다르다"며 "역사적, 관습적 의미의 영수회담처럼 담판을 하거나 정치적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여야 대표 초청 회동' 정도의 표현이 적합한 만남"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영수회담이란 표현은 안 쓰는 게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했다. "그럼 뭐라고 하면 좋겠느냐"는 추가 질문에 "여야 대표 초청 회담"이라고 반복해 말했다.

'영수회담(領袖會談)'은 국가나 정치단체 또는 사회 조직의 최고 수장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영수'는 본래 의복 용어였다. 영(領)은 '목'을 뜻하는 말로 의복에서 목에 해당하는 옷깃을, 수(袖)는 옷소매를 가리킨다. 모두 옷의 가장자리로 쉽게 닳는 부위여서 과거엔 옷깃과 소매에 검은색이나 짙은 색의 천을 둘렀다. 자연히 '영수'는 옷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부분이었고, 이는 어떤 집단에서 두드러진 대표적 인물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됐다. 정부를 대표하는 지도자와 야당을 대표하는 지도자의 만남은 이런 변천 과정을 거쳐 '영수회담'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영수회담'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신민당 김영삼 총재와 비공개 영수회담을 갖곤 했고, 이를 통해 중요한 정치적 결과물이 도출되곤 했다. 독재 정권 이후에도 '영수회담'이라는 말은 관습적으로 굳어져 최근까지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담이 있을 때마다 사용됐다.

19일로 예정된 '여야 대표 초청 회담'의 주요 안건은 한·미정상회담, G20 정상회의 등의 해외 순방 결과와 외교·안보 현안 등이다. 더불어 민주당, 바른정당, 정의당 대표는 참석키로 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참석 여부는 17일 의총에서 결정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15일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혔다. 사유로는 '한·미 FTA' 문제를 들었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회동이 진행되면 한미 FTA 재협상이 가장 이슈가 될 것"이라며 "내가 여당 대표일 때 한미 FTA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그 때 민주당은 집권하면 재협상하겠다고 주장했는데, 지금 오히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형국이다. 그때 그렇게 패악스럽게 반대해놓고 이제 와서 두루뭉슬하게 넘어간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당시 자신이 한미 FTA를 통과시킬 때 거세게 반대했던 민주당이 '사과'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FTA 문제를 슬쩍 넘어가려는 이런 (회동에) 들러리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청와대 측은 "홍 대표가 참석하지 않아도 예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일정을 변경한다면 다른 당 대표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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