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Ivan GimNinez-Tusquets Editores 문학동네 제공

신작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문학동네)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8)는 17일 문학동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재 인터넷에서는 ‘흑이냐 백이냐’하는 원리로 판단이 이루어지기 일쑤”라며 “역사에서 흑백을 가리는 판단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 견해”라고 밝혔다.

 하루키는 신작소설에서 난징대학살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일본 극우파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와 관련 자신의 역사관을 다시 표현한 것이다. 하루키는 “(흑백 판단을 하면서) 말이 딱딱하게 굳어 죽어버리고 사람들은 말을 마치 돌멩이처럼 다루며 상대에게 던져댄다”며 “ 이것은 매우 슬프기도 하거니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학은 그런 이분법적 논리에 대항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는 “소설(이야기)은 단편적인 사고에 대항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소설이 (좋은 의미에서) 일종의 전투력을 갖춰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말을 소생시켜 말을 따뜻한 것, 살아 있는 것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러려면 양식(decency)과 상식(common sense)이 요구된다”고 했다.

 하지만 목적을 가진 문학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하루키는 사회적 재난 이후 문학인의 역할과 관련 “집단적인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며 “어떤 명백한 목적을 갖고 쓰인 소설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작가가 “목적을 품되 목적을 능가해(혹은 지워버려서)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1979년 데뷔한 그는 여전히 글쓰기를 무척 좋아하는 작가인 듯하다. 하루키는 문학세계의 변화에 대해 “첫 소설을 썼을 때가 29세였는데 지금은 68세다. ‘남은 인생에서 소설을 몇 편이나 더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끼는 마음으로 작품을 쓰게 된다. 글 쓰는 일은 변함없이 즐겁다. 마치 악기를 자유로이 연주하는 것처럼”이라고 답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1년 6개월동안 썼다고 한다. 하루키는 “이 소설을 쓰는 동안, 구상이라 할 만한 것 없이 생각나는 대로 썼다. 글이 ‘써진다’ 싶으면 집필을 시작하고 매일 계속해서 썼다. 자유로울 것, 그것이 (글쓰는 동안 내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 자신을 초월한 곳에 존재하는 흐름에 순순히 몸을 맡기지 못한다면 소설을 쓸 수 없다”고도 했다.

 이렇게 쓴 ‘기사단장 죽이기'는 현재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하고 있다. 문학동네는 지금까지 4쇄, 40만부를 발행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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