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 유족들이 지난 15일 배를 타고 바다에서 유해를 뿌리고 있다. 뉴시스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가 사망 이틀 만인 지난 15일 화장돼 바다에 뿌려졌다. 중국 당국은 속전속결로 유해 처리를 진행했다. 유족은 시신의 냉동 보관을 요청했지만 당국이 화장을 종용했다. 중국 정부는 사망 전 외국에 나가 치료받겠다는 류샤오보의 마지막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고, 장례도 유족의 바람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이유는 단 하나. 류샤오보의 '무덤'이 만들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해외 치료를 허용해 그가 외국에서 사망했다면 유해는 중국 정부의 통제권을 벗어난다. 유족이 현지에 시신을 매장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 중국 땅에서 숨을 거뒀고, 시신은 냉동도 매장도 아닌 바다에 흩뿌려졌다. 중국 정부는 '죽은 류샤오보'의 무덤이란 상징물로 남는 것을 완전히 차단했다.

류샤오보 화장 소식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당한 북한 김정남을 떠올리게 한다. 민주투사 류샤오보와 독재자의 아들 김정남. 공통점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사망한 뒤 공통점을 갖게 됐다. 둘 다 '무덤'이 없다. 

말레이시아에서 숨진 김정남의 시신은 지난 3월 결국 ‘화장 후 북한행’의 수순을 밟았다. 공항에서 독살된 지 약 40일 만에 화장터로 옮겨졌고, 그동안 말레이시아 정부와 집요한 줄다리기를 벌였던 북한은 끝내 김정남의 시신을 가져갔다. 북한이 외교적 마찰을 불사하며 왜 그토록 '시신'에 집착했는지, 귀순한 태영호(55) 전 주영 북한공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당시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김정남 암살 이후 북한의 제1 목표는 시신 확보"라고 단언했다. 외국 땅에 김정남의 묘가 조성돼 ‘제2의 성혜림’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란 것이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 사이에 대사 추방까지 이뤄졌다. 그 무렵 북한 외무성 이길성 부상이 중국에 갔다. 왜 갔겠나? 김정남 시신 때문이다. 북한이 가장 노린 건 시신을 북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김정은은 김정남의 존재 자체를 껄끄러워했다. 그래서 죽였고, 시신까지 북에 가져다 놓으면 이 시끄러운 고비만 넘기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누가 그에 대해 떠들겠나. 영원히 김정남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시신 향배를 결정하는 열쇠, 누가 쥐었을까? 중국이다. 만약 시신이 가족에게 넘어간다면 결국 어디로 가겠는가. 중국으로 간다. 가족이 있는 마카오나 베이징에 김정남 묘지가 생기고 비석이 세워진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 언론에 김정남 묘비가 비춰지게 된다는 뜻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성혜림 묘비가 그랬다. 김정일 체제의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비운의 생을 살았던 북한인 성혜림의 묘가 언론에 등장했듯, 김정남의 묘가 해외에 생기면 김정은 체제에서 같은 구실을 하게 된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시신을 북에 가져가려는데, 칼자루를 중국이 쥐고 있었다. 이길성은 그래서 중국에 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시신을 받지 말도록 요청하려고."


태 전 공사는 ‘만약 북한이 김정남 시신을 확보한다면 그 시신을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에 “물리적으로 완전히 없앨 것”이라고 답했다. 말레이시아로부터 화장한 유골을 넘겨받으면서 ‘물리적 소멸’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류샤오보 유해도 김정남과 마찬가지로 '물리적 소멸'의 운명을 겪었다. 중국은 류샤오보 흔적 지우기에 전력하고 있다. 주요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 류샤오보와 관련한 정보는 모두 차단됐다. 특히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서는 ‘류샤오보’와 ‘류샤’가 포함된 문장의 전송이 금지됐다. 류샤오보 사망 뒤 처음 열린 지난 14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 질의응답 기록에서도 류샤오보와 관련한 질문들만 삭제됐다.

지난 13일 타계한 류샤오보는 2008년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과 민주화를 ‘08헌장’ 서명 운동을 이끌다 징역 11년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2010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중국 당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5월 말 정기 건강검진에서 간암 판정을 받은 그는 가석방된 뒤 외국으로 가서 치료받기를 원했으나 중국 당국은 이를 끝내 거부했다. 결국 그는 지난 11일부터 패혈성 쇼크, 복부 감염, 장기부전 등 위중한 병세를 보이다가 13일 저녁 타계했다.

중국에선 사망 후 장례식장에 사흘 정도 시신을 두고 친지와 지인 등이 조문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번에 하루 앞당겨 서둘러 화장을 강행했다. 이어 그를 향한 추모 물결까지 막고 나섰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 사이트가 먹통이 된 이유"라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포털사이트나 소셜미디어에서 '류샤오보'를 검색하면 나타나는 경고문이 찍혀 있었다.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를 금지어로 지정해 관련 정보를 차단한 것이다.

그래도 중국 네티즌들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계속해 올리자 당국은 '명복'이라는 단어도 금지어로 지정했고, 추모의 뜻을 전하는 약어 'RIP'(Rest in peace, 고이 잠드소서)' 역시 금지어가 됐다.

이런 검열 때문에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IT 용어인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는 류샤오보와 아무 관계가 없지만 스펠링에 '-rip-'가 들어 있어 검색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대형 여행업체 '씨트립(Ctrip)' 역시 스펠링에 '-rip'가 포함된 탓에 금지어가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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