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인영이가 언니가 만든 레고프렌즈 호텔을 갖고 역할극 놀이를 하는 것을 봤다. 레고 아이 한명이 다른 한명에게 물었다.
“너는 호텔에 왜 왔어?”
“응, (가슴에) 바늘 꽂아서 자러왔어. 너는?”
“응. 나두. 바늘 꽂았어. 너두 아팠지?”
인영이는 3달에 한 번 집중치료를 받을 때 입원 대신 병원 앞 호텔에서 3박4일 생활을 한다. 그러다보니 인영이 머리 속에 호텔이란 곳은 병원과 다름 아닌 장소로 각인돼 있었나보다.
인영이 아픈 뒤 첫 물놀이. 너무 좋아한다. 자주 시켜줘야겠다.

지난 주말 큰 맘 먹고 송도의 특급 호텔을 예약했다. 인영이에게 호텔은 이런 곳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인영이가 놀기 좋은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골랐다. 인영이는 아픈 뒤로 물놀이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여행 갈 만큼 인영이 건강에 자신이 없어 내내 방콕했다. 여름 한 때 무균실에 입원해있던 인영이 장난감을 사러 마트에 갔다가 물놀이용품을 사러 온 가족모습을 보고 혼자 울면서 병원으로 돌아갔던 서글픈 기억도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엔 인영이에게 겨울왕국 암링과 번개맨 튜브를 사줬다. 덩달아 윤영이도 새 수영복이 생겼다.
생애 첫 배영.

수영장은 다행히 따뜻하고 깨끗했다. 아프기 전에도 물놀이에 환장했던 인영이는 겁 없이 1.2m 물높이의 수영장을 헤집고 다녔다. 물놀이 내내 아빠 허벅지를 발사대 삼아 앞으로 전진했다. 중간에 스파게티를 시켜 배를 채우면서 두 딸은 이틀 동안 3시간씩 수영장에서 살았다. 호텔 옆 마트에서 엄마 눈치를 보며 인영이와 윤영이 장남감도 하나씩 사줬다.

아빠는 아이들이 잠든 토요일 오전, 야구를 하는 호사를 누렸다. 송도를 잡은 불순한 의도는 회사 팀이 속한 리그 구장이 인천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얼굴이 벌겋게 익을 정도로 한게임 뛴 뒤 다시 30분 거리의 호텔 수영장으로 직행. 1박2일동안 ‘운전-수영-야구-수영-운전’의 강행군이었지만 행복했다.
언니 따라쟁이 인영이.

인영이 아픈 뒤 1년 6개월. 어찌 보면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 병마를 잘 이겨내고 있는 인영이, 착한 언니 노릇을 하면서 학교에서 늘 100점을 맞아오는 윤영이, 두 딸에게 매일매일 기를 뺐기면서도 늘 웃는 아내, 틈만 나면 야구와 농구를 호시탐탐 노리는 철없는 아빠까지 모두들 쉴 자격은 충분하다. 우리가족, 이제는 여행도 많이 가고 쉬면서 살아야겠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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