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택시운전사’가 2일 개봉한 가운데,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직접 촬영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씨가 직접 찍은 광주의 참혹했던 영상과 증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을 취재하려는 독일인 힌츠페터 기자와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시 독일 제1 공영방송 ARD-NDR의 일본특파원으로 근무하던 힌츠페터는 라디오에서 한국의 상황을 듣고 취재를 위해 광주로 향했다.

영화 스틸컷

취재 허가도 없이 한국의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와 광주에 잠입한 그는 기자 신분을 숨긴 채 광주의 참상을 생생히 취재했고, 세계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알렸다.

‘택시운전사’가 개봉 첫 날부터 관객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자 3일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힌츠페터 기자가 당시 광주 모습을 직접 촬영한 영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공개된 영상은 2003년 KBS ‘일요스페셜’에서 방송된 ‘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다.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올린 네티즌은 “당시 일요일에 아무 생각 없이 TV를 틀어놓고 봤는데, 웬만한 영화 한 편 본 것보다 더 조마조마하게 봤던 기억이 있다. 비디오 원작자의 이야기가 영화 ‘택시운전사’로 제작된 것이 놀랍다”고 감격해 했다. 

▶힌츠페터 촬영부분 영상보기1.



영상에는 군대에 맞서 건설 장비를 몰고 나오는 시민들 모습과 시위대가 총과 실탄을 나눠주며 급하게 움직이는 모습 등 힌츠페터가 직접 촬영한 긴장감이 고조된 광주의 현장이 담겨 있다.


시위에 참여했던 젊은 청년들이 머리에 총상을 입어 죽어가는 모습과 시체들이 늘어선 참혹했던 광주의 모습도 그의 카메라에 기록됐다. 힌츠펜터는 “총알이 날아왔거나 아니면 파편이었는지 수류탄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총알이 관통한 것 같았다. 건물은 파괴돼 있었고 유리 창문은 깨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우리를 죽여라. 싸우다 모두 죽자’고 외치던 시민들의 모습은 진짜 죽을 준비가 된 사람처럼 보였다”면서 “얼마 남지 않은 필름으로 이 모습을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힌츠페터 촬영부분 영상보기2



힌츠페터의 노력은 국내의 삼엄한 언론 통제 속에 알려지지 못했던 광주의 모습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 광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그의 필름은 1980년 5월 22일 독일 제1공영방송 저녁 8시뉴스와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독일은 물론 전 세계에 방송됐다.


▶힌츠페터 촬영부분 영상보기3. 



힌츠페터는 1997년 출간된 ‘5.18 특파원 리포트’를 통해 “나는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내 필름에 기록된 것은 모두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라며 취재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79세로 별세한 그는 생전에 가족들에게 “죽어서 광주 망월동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 고인 뜻에 따라 힌츠페터 유품이 망월동 5.18 옛 묘역에 안치됐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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