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광석. 국민일보DB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건 대단히 힘든 일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좌절했죠. 그럴 때마다 어디에선가 김광석 노래가 나오더군요.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사랑의 가수가 아닌가….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영화 ‘김광석’을 세상에 내놓은 이상호 감독의 연출의 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2014)로 한 차례 파란을 일으킨 그가 또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준비했다. MBC 기자 시절부터 20여년간 매달려 온 사건 취재 기록이기도 하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간명하다. 가수 고(故) 김광석(1964~1996)은 정말로 자살했는가.

서른 즈음,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광석은 그의 음악으로 선연히 기억된다. 1987년 밴드 동물원 멤버로 데뷔해 1989년 솔로로 나선 그는 네 개의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먼지가 되어’ 등 그가 남긴 명곡들은 시대를 불문한 사랑을 받고 있다.

김광석의 갑작스런 사망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1996년 1월 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아내 서해순씨의 진술에 따라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서씨를 제외한 유족들은 모두 “김광석이 자살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

음악다큐라는 외피를 두른 영화는 생전 김광석의 발자취를 되짚으며 그를 추억한다. 그러나 단 한 순간도 탐사다큐로서의 목적성을 놓지 않는다. 김광석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하나둘 쌓아올리며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는데, 그 중심엔 아내 서씨가 있다.

영화 '김광석'의 한 장면. 씨네포트 제공

영화는 남편 사망 직후 “장난을 치다 그랬다”고 진술했던 서씨가 몇 년 뒤 “사람은 누구나 죽고 싶을 수 있다”고 입장 변화를 보인 데 물음표를 찍는다. 김광석이 아내 몰래 쓴 일기에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내용이 담겨있음도 공개한다.

후반부에는 한층 ‘센’ 폭로가 이어진다. 사망 전날 김광석이 “아내와 이혼할 것”이라고 했다는 지인의 인터뷰, 100억원대 재산을 상속받은 서씨가 시아버지 명의로 돼있던 저작권까지 가져갔다는 내용, 서씨가 시아버지에게 폭언을 쏟아내는 통화 녹취 음성까지.

연출과 편집은 투박하지만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위험한 주장에 비해 정교하지 못한 근거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군더더기를 붙이고 싶지 않았고,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철저한 법률자문을 거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영화를 만들었으나 이 감독은 “(차라리) 서씨가 소송을 걸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것이 김광석 사망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30일 개봉. 82분.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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