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 어플에 가입해 실제 대화한 내용.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랜덤채팅 성매매'가 외국인 여성을 이용한 범죄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청소년 '원조교제' '조건만남' 문제도 여전히 심각했다.

최근 '앙X' '스카XX' 등의 어플에서 외국인 여성을 고용한 '출장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별도의 본인인증 절차 없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어서다. 어플에 가입하는 남성도 대화 몇 번만 나누면 쉽고 편리하게 가격을 흥정한 뒤 여성을 집이나 모텔로 부를 수 있어 자주 이용하는 듯하다.

10~11일 이틀 동안 5개의 어플에 직접 가입해 연락을 취해본 결과 받은 쪽지의 50% 정도가 외국인 여성의 출장 성매매 광고였다. 외국인 여성의 국적은 싱가포르와 태국이 주를 이뤘다. 광고문구에는 싱가포르 또는 태국 혼혈이라고 돼 있었지만 성매매를 할 테니 솔직히 얘기해달라고 요구하자 "사실은 혼혈이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한국 국적이 아니며 언제 어떻게 한국에 들어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광고문에는 코스별로 가격이 자세히 적혀있었다. A코스, B코스 등으로 나뉜 가격에 대해 묻자 금액에 따라 서비스가 달라진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화를 나눈 성매매업자에 따르면 최고가인 F코스는 마사지와, 원하는 방식의 성관계가 다 가능했다. 결제는 현금이나 계좌이체로만 가능했으며 업자에 따라 예약금을 먼저 받는 곳도 있었다.

랜덤채팅 어플에 가입해 실제 대화한 내용.

청소년의 조건만남 문제도 여전했다. 대화에서 만난 18세 여고생은 "그런 만남을 가져본적이 없다"면서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노출 사진을 보내달라' '만나서 성관계를 가지자'는 요구가 많다"고 밝혔다. 대화를 거는 남성의 연령대에 대해서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45세 아저씨도 봤다"며 "보통 10만원을 주겠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또 "청소년이라고 하면 오히려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랜덤채팅 어플의 대부분은 회원가입시 성인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닉네임, 성별, 사는 곳, 연령만 입력하면 1분도 지나지 않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어린 십대아이들도 별다른 제제없이 가입한다. 대화한 청소년 중 가장 어린 학생은 15세였다. 이 학생은 "누가 20만원 주기로 해서 오늘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랜덤채팅에서의 청소년 조건만남은 개인적으로 이뤄지는 경우외에 조직적인 곳도 많았다. 일대일로 연락을 취해 만남을 갖는 것이 아니라 업자가 십대 여학생 여럿을 모은 후 남성과 연락을 취한 뒤 고객의 '초이스'에 따라 학생을 보내는 것이다. 대화에서 만난 한 학생은 "가출한 애들 모아서 채팅으로 원조교제 시키는 사람들 많이 봤다"며 "그 사람들 중 대부분이 같은 십대 남학생이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처럼 랜덤채팅이 성매매 소굴로 변해가고 있음에도 아직 관련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제제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255개 여성·시민단체가 모바일 랜덤채팅 어플 7개의 사업자와 관리자 등을 서울중앙지방 검찰청에 고소·고발했지만 수사에 나선 경찰으로부터 "성매매 알선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운영자가 직접 성매매 장소를 소개해주는 것이 아니라 채팅어플 안에서 개인끼리 이뤄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아무리 알선해주지 않더라도 버젓히 성행하는 랜덤채팅 어플에서의 성매매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센터)측은 11일 전화통화에서 "랜덤채팅 어플에서 성매매가 24시간 내내 계속 이뤄지고 있는데 그것을 규제할 법규가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운영자들이 어플에서 성매매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5년 3월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성구매자에게 만14세 아동청소년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후 어플 내에 성인인증 절차가 생겼다가 불과 3개월만에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또 "모니터링을 하다가 13세 아동이 어플을 이용하고 있는 것도 봤다"며 "이렇게 어린 아이가 실제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남성 이용자가 성기사진이나 음란 대화가 담긴 쪽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아이들이 거기에 노출되는 점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플을 직접 이용해보니 센터 주장대로 이용자가 직접 연령을 설정할 수 있게 돼 있었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 등을 이용한 인증절차가 전혀 없어 십대 청소년이 얼마든지 나이를 속이고 어플에 가입할 수 있었다. 대화에서 만난 청소년들도 어플 개인정보상으로는 20세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랜덤채팅 '몸캠' 인증사진. 글쓴이는 자신을 "랜덤채팅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여태까지 대화한 여성들과의 영상통화 캡처본을 공개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등학생과 성관계 인증글. 전부 랜덤채팅을 통해 만났다고 말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일부 채팅어플에서는 '캡처'기능도 버젓이 허용하고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검색창에 '랜덤채팅'을 입력하자 대화 도중 주고받은 사진과 영상을 캡처해 올린 채팅 후기글이 다수 나왔다. 상반신 노출 사진은 물론이고 눈만 대충 가려 얼굴이 거의 드러나는 사진도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박은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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