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말 전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 외신들은 북·미 대결 국면을 분석하며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언론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며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경고와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영국 언론은 김정은의 '속내'를 짚어보는 분석에 공을 들였다. 북한이 도대체 왜 세계 최강대국을 향해 군사적 위협에 나서는 것인지를 가장 궁금해 했다. 영국 BBC 방송은 13일 <북한 위기: 김정은이 정말 원하는 것>이란 제목의 기사를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핵과 미사일을 폐기토록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것,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북·미 간에 고조된 위기를 들여다봤다.

◇ BBC "김정은이 정말 원하는 것"

BBC는 지난 주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거친 '말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됐고, 이를 완화할 '외교적 수단'이 있을지는 회의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틸러슨 국무장관 등 미국 정부 관료들이 외교의 중요성을 여전히 강조하지만 북한은 대화에 응하려는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유럽과 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트랙 2(비정부 교류 채널)'에 주목했다. 최근 이 루트를 통해 비공식적인 대화가 이뤄졌으며, 참여했던 유럽 측 인사들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에 온통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틸러슨 장관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접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충격적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봤다.

이론적으로 미국은 북한에 제공할 '당근'을 갖고 있다. △휴전 상태인 한국전쟁을 종결하는 정전협정(평화협정) 체결 △재래식 무기 감축 협상 △외교 관계 복원 절차 개시(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그 카드가 된다. 하지만 이 당근이 여전히 '달콤한 매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BBC는 지적했다. 

세 가지 당근책은 모두 양국 사이에 어느 정도 신뢰가 있어야 제시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합의를 여러 차례 깨뜨렸고 유엔 등 국제사회 결의를 번번이 위반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와 의회는 북한에 이런 식의 '양보'를 해주는 데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며, 북한도 그런 미국을 신뢰하지 않기에 현실성이 낮다는 것이다.

2011년 집권한 김정은은 매우 단순한 두 목표를 내세웠다. 군사력 현대화와 경제적 번영. BBC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통해 이 두 가지를 달성하려 한다고 분석하며, 일정 부분 '합리적인(rational)' 전략 판단에 따른 거라고 봤다. 

BBC는 "리비아와 이라크의 선례를 목격한 북한으로선 대량살상무기를 실제 갖는 것만이 '생존'을 보장해준다고 믿게 됐다"며 "미국은 북한을 향해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북한의 여러 경험(이라크 전쟁, 주한미군의 존재, 유엔 제재 등)과 '핵선제공격'이 가능한 미국의 군사력 운용 전략은 북한으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정말 원하는 것,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 사이에서 현 체제를 보장받아 정치적 군사적 주권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이를 위해 1960년대부터 핵 개발에 뛰어들었고, 3대 세습 '왕조'를 구축하면서까지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했던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였다. "미국이 우리를 위협하니 우리가 핵무기를 가지려는 것"이란 명분은 대외용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북한 내부에서 경제적 궁핍을 감수하며 핵개발에 나서는 데 따른 반발을 해소하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대응 발언과 미국에서 제기되는 선제타격론은 북한 정권의 이 같은 논리를 오히려 '뒷받침'해주는 것일 수 있다. BBC는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내부 선전용으로 활용할 '선물'로 여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 NYT "토마 호크로 北 미사일 타격"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사용할 수 있는 군사옵션의 여러 시나리오와 예상 결과를 소개했다. 미군의 다양한 전략자산이 시나리오에 거론됐다. 북한의 '괌 포위사격'에 대응해 북한 미사일 중 하나를 먼저 공격, 무력화시키는 '일회성 타격' 방안부터 꼽았다. 미군 전투기를 투입해 공격하거나 한반도 근처 함대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해 이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이 원하는 건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하는 수준이겠지만, 북한은 실제 '대응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실제 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사드로 격추시키는 방안이 조금 덜 위험한 선택지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배치 해역 자체가 비밀인 '핵미사일 탑재' 잠수함도 북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략자산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또 '죽음의 백조' B-1B 랜서 폭격기들이 괌에서 대기 중'이라는 미 태평양사령부의 트윗을 트럼프 대통령이 리트윗한 것에 주목하면서 "랜서를 언급한 건 북한을 타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 특히 선제타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상군, 탱크, 야포, 전투기, 전함, 잠수함 등 부문별로 남북 군사력을 비교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곧바로 미군이 제공권과 재해권을 장악하게 된다"며 "북한의 재래식 무기들도 한·미 연합군의 첨단무기들에 의해 압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미사일로 보복 공격에 나서더라도 '패트리엇 미사일'로 상당 부분 요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이 보복 수단 중 하나로 한·미 연합군의 첨단 지휘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 방송은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에 나서면 무고한 시민 수백만 명이 십자포화 속에 갇혀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 확실하다고 우려했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는 "우리는 북한이 어떻게든 한국을 공격할 수 있고, 우리가 북한을 막기 전에 그들이 수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북한이 먼저 공격하든, 미군이 선제타격에 나서든 서울을 중심으로 대량의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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