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전격 압수수색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후 협력업체까지 2차례 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아직 구속 피의자는 '0명'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가장 큰 규모의 방산비리 수사가 될 거란 전망과 달리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왜 이렇게 됐으며, 이제 수사는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지난달 14일 KAI의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보름 만인 지난 1일 전 임원 윤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검찰이 2년 가까이 KAI 내사를 진행하며 축적해온 범죄 혐의를 처음 꺼내든 것이었다. 적용된 혐의는 협력업체로부터 납품 편의 등을 봐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받았다는 배임수재. 하지만 법원은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한 다툼 여지 등이 있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두 번째 구속영장은 KAI 협력업체 D사 대표 황모씨가 타깃이 됐다. 검찰은 그에게 재무제표상 매출액을 부풀려 이를 기반으로 금융권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며 외부감사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번엔 법원이 판단을 해보기도 전에 피의자가 잠적했다. 황 대표는 지난 10일 영장실질심사에 아무런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검찰 관계자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재청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던진 두 번째 승부수는 허무하게 사실상 소멸돼버렸다. KAI 수사는 시작부터 용의자 '신병확보' 문제로 애를 먹었다. 검찰이 경영진 비자금 수사의 키맨으로 꼽고 있는 손승범 전 인사운영팀 차장은 일찌감치 종적을 감췄다. 지난달 24일 공개수배 후에도 여전히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문재인정부의 방산비리 척결 기조에 맞춰 준비가 덜 된 채 강제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 지난 정부에서 2년간 내사 상태를 유지하면서 너무 소극적으로 이 사건을 다뤄온 여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검찰 인사가 단행되면서 손씨 추적을 맡아온 이용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 17일부터 방위사업수사부를 이끌게 됐다.

검찰은 하성용 전 KAI 대표를 이 달 중 소환에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KAI 경영진이 대표 연임 등을 목적으로 조직적 분식회계를 지시하거나 관여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하 전 대표 경영비리와 함께 비호 세력까지 추적하려면 난제가 산적해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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