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현대판 화형을 당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10여년 전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에 뒤늦게 휘말리면서 지난 11일 자진 사퇴했다.

박 전 본부장은 12일 페이스북에 “나는 단연코 황우석 사건의 진범도, 공모자도 아니다”라며 “언론과 일부 인사들이 마녀사냥으로 나를 황우석 사건의 주범으로 몰아 넣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 교수의 논문에서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연을 전하며 “그때 거절하지 못한것을 정말 후회한다”고 했다. 또 “마녀사냥으로 ‘제물’을 만드는 관행을 일삼는 적폐를 청산해야 진짜 성숙한 민주사회”라고 덧붙였다.

박기영 전 본부장 페이스북 글 전문

이번주 월요일 오후에 임명 소식을 듣고 밤늦게까지 쓰던 논문 정리하면서 기자들 전화받아 설명했다. 다음 날 새벽기차타고 서울을 갔고 지금은 다시 순천 집에 돌아와있다. 악몽의 4일, 꿈같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실감이 안난다. 한가지 사실은 더 이상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새벽부터 페북을 보다가 이제 좀 정리가 명확해져 가고 있다. 왜 임명을 하셨을까? 나는 왜 임명을 받았을까? 우리는 스스로의 사실적인 내용으로서 잘못을 판단한다. 그것이 진실이니까. 그런데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을까?

언론과 일부 서울대 생명과학 교수들, 제보자를 비롯한 피디수첩팀 인사들, 줄기세포 연구가 금지되어야한다는 생명윤리학자들과 언론이 마녀사냥 내용으로 나를 황우석 사건의 주범으로 몰아놓았다 . 그런다음 임명이 옳았느냐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단연코 황우석 사건의 주범도, 공모자도 아니다. 줄기세포를 대상으로 생명과학의 사회적 영향과 국가적 관리방안에 대해 한 꼭지 참여해서 연구했다. 그리고 청와대 보좌관으로서 관리와 지원 업무 및 모니터링을 했다. 지원업무도 내부 절차를 거쳐 진행했으며 실무는 해당부처와 해당 지자체에서 했다. 이렇기에 사기사건의 주범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언론의 마녀사냥을 보면 내가 어느 덧 사기극의 주범이 되어있었다. 여론 형성에 여러곳에서 반복적으로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서울대 교수들이 내가 주범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싶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언론 출연과 기고 섭외까지 해가면서.

난 서울대 조사위원회에서 한번도 조사받지 않았다. 조사위원회에서 조차 내이름은 거론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황우석 사건 재판과정에 증인 소환도 된적이 없다. 이것이 논문 조작사건과 무관하다는 것 아닌가.

조사위 서면 질의에 대해 답변했다. 실험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줄기세포 기획할 때 논의에 참여했고 생명과학을 대상으로 인문사회과학적 분야연구로 3년간 함께 참여했기 때문에 공저자에 넣기로 했다는 전화를 받고 대수롭지 않게 동의한 잘못이 있다. 실험을 직접하지 않아서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공저자 내부기준을 세워서 넣겠다는데 굳이 사양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동의했다. 지금도 그 때 신중하게 생각하고 거절할 것을 그러지 못한것에 대해 정말 후회한다. 17명 공저자에 포함된 사연이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처벌 받고 처벌하는 것이 정의다.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마녀사냥하는 것은 성숙한 정의사회가 아니다. 황우석 스타 만들기에 가장 앞장선 것도 우리 사회 모두였다. 그 분위기 속에서 논문 조작사건도 나오게 된 것이다. 성숙함과 정의가 바로서기를 바란다. 마녀사냥에 희생되고나니 더욱 정의가 소중해보인다. 청와대나 나는 이 마녀사냥 분위기를 몰랐다. 마녀사냥으로 재물을 만들어내는 관행을 일삼는 적폐를 청산해야 진짜 성숙한 민주사회다. 

현대판 화형을 당한 것 같다. 머리는 말똥말똥하고 잠도 안오고 배도 안고프고 모든 신경이 마비된 것 같다.

진서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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