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잠시 복직했다가 다시 1년 간병휴직을 받았다. 다행히 내년 9월 끝나는 인영이 치료까지 휴직 시기가 얼추 들어맞을 듯하다.
아내가 돌아온 뒤, 아내 빼고는 모두 행복하다. 엄마를 다시 찾은 아이들은 신이 났고, 장인어른은 결혼 이후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시며 장모님에게 가셨다. 나 역시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가는 인영이 모습을 보며 한시름 덜며 편한 마음으로 기사를 썼다.  옆구리가 터진 봉구도 봉합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한달 간 휴가(?)를 마치고 육아에 복귀한 아내가 반나절만에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고있다.

오직 아내만 한 달의 휴가(?)를 마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아내는 휴직 첫 날, 반나절을 에너지 넘치는 두 아이들과 보낸 뒤 박하사탕의 설경구처럼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쳤다. 그러나 ‘육아지옥’은 출구가 없다.

아내의 일과는 대충 이렇다. 오전 7시 기상. 아침잠 많은 윤영이 깨워 밥을 먹여 학교를 보낸다(큰아들이 일어났는지, 밥은 먹는지, 출근을 하는지는 아무 관심 없음). 곧 이어 밤잠과 아침잠 모두 없는 인영이 기상. 인영대군은 한 달 만에 돌아온 무수리를 쉴틈 없이 굴린다. 밥 먹는 데만 1시간, 중간 중간 자신의 장난감으로 온 집안에 영역표시를 해둔다. 좀 치울라치면 윤영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고, 학원, 수영장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숙제 봐주고, 간식 챙겨주고, 또 밥하고 빨래하고...
엄마를 다시 찾은 아이들은 신이 났다. 엄마를 졸라 떡볶이를 먹으며 즐거워하고있는 두 딸.

결단코 말하건대, 내 인생 가장 힘겨웠던 시기는 윤영이 3살 때 육아휴직 6개월이었다. 아내는 육아노동에 더해 또 다시 ‘경단녀’가 됐다. 1년 뒤 복직하면 다시 만년 대리로 회사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도 아내는 두 딸과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좋은 표정이다. 나중에 엄마가 아기가 되면 장난감 많이 사준다는 인영이 말(인영이는 늙으면 다시 애기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다)에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는 걸 보면 그렇다.

돌아온 아내를 위해 늦은 여름휴가를 떠난다. 휴가지는 인영이가 아프기 전 마지막 여름에 갔던 제주도 같은 리조트로 정했다. 인영이는 엄마가 새로 사준 수영복을 입고 거실에서 수영 연습을 하며 잠은 안 자길래, “지금 안자면 내일 비행기 안 탄다”고 협박하자 울먹울먹 바로 잤다. 아내는 아이들이 잠들자 이것저것 짐을 챙겼고, 철없는 큰아들은 그걸 보며 쇼파에 누워 책을 읽었다(아내의 한숨소리에 무서워 바로 일어나 돕기는 했다). 다시 3년 전의 일상으로 돌아온 기쁨을 안고, 가자. 제주도로!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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