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강릉에서 잇따라 발생한 ‘여중생 폭행'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을 폐지하고 미성년 범죄자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마침내 여당이 이 문제에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 소년법 개정 등 청소년 범죄 예방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 추미애 “법 개정 검토”… 우원식 “종합대책 마련”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난폭해지고 있다”며 “피투성이 여중생 사건이 SNS를 통해 유포되면서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청소년 범죄는 갈수록 심각하고 잔인해지는 경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어제는 또 강릉에서 10대 6명이 또래를 무차별 폭행한 일이 알려졌다. 잔인한 10대 범죄가 연이어 발생해 소년법 폐지 여론이 확산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인천 초등학생 살인범에게 공범보다 낮은 형이 구형된 이유도 법 때문”이라며 “물론 처벌이 능사가 아니고 청소년은 우리가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청소년 범죄가 저연령화, 흉포화 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 법 감정을 고려해 관련법 개정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강릉 여중생 폭행사건을 언급하며 “청소년 강력범죄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진 만큼 더 늦기 전에 재발 방지를 위한 다각적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성인과 청소년이 같은 죄를 범해도 청소년이 가해자일 경우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다. 가해자 나이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다르지 않고, 특히 일련의 사건처럼 피해자 또한 청소년이고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소년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 중범죄 증가가 아이들의 정서적, 사회적 건강을 지킬 의무가 있는 가정, 지역사회, 학교 등의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 점은 없는지 총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관심 속에서 아동인권을 지키며 청소년 범죄를 예방할 근원적 대책이 뭔지 국회 차원의 세밀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괴물’이 된 아이들… 엇갈리는 의견

성인도 혀를 내두르게 하는 청소년 강력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의 초등생 살인사건, 부산과 강릉의 여중생 폭행사건 외에도 사례는 부지기수로 우리 주변에 있다. 지난달에는 광주 광산경찰서가 중학교 동창을 집단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고교 1학년 C군(16)등 2명을 구속했다. C군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약 1년간 동창 D군을 공터나 모텔 등에 끌고 다니며 지속적으로 폭행했고, 놀이터에서 옷을 벗겨 추행하거나 알몸사진을 온라인에 올렸다.

지난 5년간 강력범죄를 저지른 10대는 1만5000명이 넘는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10대는 1만5849명이다. 살인 116명, 강도 2732명, 강간·추행 1만1958명, 방화 1043명이다.

10대들의 범죄는 갈수록 잔혹하고 집요해지는 데다 온라인을 이용해 2차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처벌도 강화되는 추세를 보여 왔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의 범인인 10대 소녀들에게 이례적으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직접 살해한 주범에게 공범보다 작은 형량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소년법 적용 대상이어서 그랬다.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해 보호처분과 형사처분 특별조치를 규정해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법에서 규정한 ‘소년'은 19세 미만이다. 청소년에 대해 선도나 상담·교육·활동 등을 받는 조건부로 기소유예 처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소년원에는 최장 2년까지만 구금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이 이 같은 법의 취지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3일 ‘소년법을 폐지해 달라’는 요청이 접수됐다. 청원인은 “청소년의 사고가 이전보다 빨리 발달하기 때문에 소년법은 폐지하거나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에 찬성하는 이들은 사흘 만에 15만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오영근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의 사건은 이례적 사례일 뿐 청소년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흉악해지고 있다는 근거는 부족한 편”이라며 “현행 처벌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소년범의 경우 뚜렷한 가치관이나 삶의 철학이 확립되지 않은 나이인 데다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인범과 동등하게 처벌하기는 어렵다”며 “소년범 형사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분석한 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요즘 청소년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하면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무조건 처벌을 강화하기보다 범죄의 동기나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별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달 강력범죄를 범한 소년범에 대해 소년법상의 형량 완화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소년 강력범죄 처벌 강화법’을 발의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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