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에 반발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위) 명의로 성명을 냈다. 안보리 차원의 제재가 나올 때마다 정부나 군사 기관에서 최고 수위로 성명을 냈던 이전과 다른 행보다. 아태평위는 북한 노동당 외곽기구로, 이번 성명은 과거보다 낮은 수위로 평가되고 있다.

아태평화위는 14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썩은 그물보다도 못한 제재가 무서워 주춤하거나 할 바를 못할 우리 군대와 인민이 아니다”라며 “극악한 제재결의 조작은 우리로 하여금 믿을 것은 오직 자기 손에 틀어쥔 자위적 핵무력 뿐이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병진의 한길로만 나아가려는 불변의지를 더욱 억척같이 벼리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 쓰인 표현들은 북한의 평소 모습대로 강경했다. “미국놈들을 미친개처럼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 “남조선괴뢰들은 동족의 껍데기를 쓴 미국의 개” “미국의 제재소동에 편승해 새망을 떤 일보의 섬나라 족속들” 등 통상 북한의 성명에서 볼 수 있는 직설적인 표현이 반복됐다.

강경한 내용에 비해 발표 주체의 격은 낮았다. 지난달 6일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가 발표됐을 때 북한은 ‘공화국 정부 성명’에 이어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전략군 대변인 성명’ 등 최고위 기관 명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은 공식 정부기구가 아닌 아태평위 선에서 발표됐고, 전날에 나온 외무성 보도문 역시 정부 명의 입장발표 중 가장 수위가 낮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런 행보를 놓고 ‘숨 고르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과 중량감이 다른 저강도 대응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언 주체의 격만 낮아졌을 뿐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북한은 그동안 유화적 접촉을 시도한 뒤 군사 도발을 감행하는 ‘위장전술’을 견지했다.

북한의 외무성 보도문에서 안보리 대북 제재에 ‘핵무력 완성 속도전’으로 맞서겠다는 취지가 드러났다. 외무성은 “제재 결의 2375호는 자위권을 박탈하고 경제 봉쇄로 우리 국가과 인민을 질식시킬 것을 노린 도발행위로 전면 배격한다”며 “끝을 볼 때까지 이 길을 변함없이 더 빨리 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다음달 10일(10·10절) 전후가 북한의 추가 도발 시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비록 북한이 지난해 10월 10일에는 별다른 도발행위를 감행하지 않았지만 주요 기념일을 활용해 대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한 북한의 전력을 고려했을 때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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