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크리스천 직장인, 일터에서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일하지 않고 살 수 없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후 노동은 인간의 숙명이 됐다. 원죄에 대한 처벌에서 비롯됐지만 노동은 절대 하찮은 게 아니다. 하나님 또한 인간을 짓기 이전부터 천지창조라는 엄청난 ‘일’을 하지 않으셨던가.

일은 특히 천국을 확장하라는 지상과제를 부여받은 크리스천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일터는 그래서 사랑과 봉사를 실현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크리스천들은 일터에서 과연 안녕할까.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션라이프 페이스북을 통해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의 일터 속 고민에 대해 물었다. 잦은 주일근무와 술자리, 혹은 막연한 기독교에 대한 반감 등으로 고통스럽다는 아우성이 쏟아졌다.

“당신의 주(主)님과 주(酒)님이 다른가요?”… 웃픈 현실

술을 강권하는 회식문화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김은미씨는 “첫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질타가 쏟아졌다”면서 “심지어 ‘당신의 주(主)님은 주(酒)님 아니냐. 이름은 같은데’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이 술잔을 부딪치고 있다. 술을 강권하는 문화 때문에 일터에서의 회식 자리가 고통스럽다는 크리스천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크리스천이라고 밝혀도 술을 권해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이선정씨)거나 “부장이 회식 때 술 안 마신다고 욕을 퍼붓더라. 교회 다녀도 다들 술을 마시는데 왜 너만 유난을 떠느냐고 비웃었다”(김보언씨)는 경험담이 이어졌다.

기독교에 대한 편견으로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페친도 있었다. 김윤성씨는 “사장이 노골적으로 주일예배를 방해했다”고 고발했다. 그는 “내가 교회 다니는 걸 아는 사장이 주일에 맞춰 회식이나 단체여행을 잡았다. 그리고 회사일인데 빠지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물렸다”며 “벌금 액수가 너무 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탄했다. 노희영씨는 “주말이 낀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느라 주일예배를 드릴 수 없어 마음이 참 어려웠다”고 썼다.

별다른 이유 없이 인신공격을 당했다는 주장도 눈에 띄었다. 김혜림씨는 “교회에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사장이 우리 교단을 들먹이며 욕설을 한 적이 있다”면서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천대받고 조롱을 당해 보니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고 믿고 견뎠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장에게 성경을 선물로 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기독인에 대한 편견은 병원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상기씨는 “병원 출근 첫날 크리스천임을 밝히자 다른 근무자들은 물론 환자들까지 협조해 주지 않았다”면서 “절 투명인간 보듯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매일 빼놓지 않고 기도했다”고 했다. 그는 자비로 사탕이나 과자를 준비해 병원장부터 동료,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꾸준히 인사를 건넸다. 병실에서 생일을 맞은 환자들에게는 예쁜 엽서에 정성껏 축하인사를 적어 건넸고 건강 회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1년이 지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뜻이 맞는 직원들과 함께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에 예배를 드리게 됐다. 환자들은 이제 기쁘게 한씨를 맞이한다. 그는 “지나고 보니 사람들이 제게 처음 보였던 그 상황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였다”면서 “사람들의 편견이 힘들다고 중도에 포기했다면 아마 하나님의 은혜를 영원히 깨닫지 못했을 것”이라고 간증했다.

이현정씨는 같은 크리스천끼리 갈등을 겪은 사연을 올렸다. 그녀는 “몇 년 전 크리스천 원장이 있는 음악학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원장이 교회 일을 본다며 자리를 자주 비워 갈등이 불거졌다”면서 “불만을 얘기하자 ‘같은 신앙인인데 그것도 이해 못해주느냐’며 원장이 오히려 꾸중했다”고 토로했다.

직장은 아니지만 학교에서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윤시온군은 “기독교에 안 좋은 마음을 가진 선생님이 수업시간마다 노골적으로 기독교를 비판해 힘들었다”면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나님 말씀을 떠올리며 많이 기도했다. 크리스천에 대한 인상을 좋게 보여드리기 위해 그 선생님께 더 밝게 인사하고 예의를 지켰다”고 적었다. 

중학생이라는 김다비나양은 “교실에서 큐티를 하고 있으면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목사가 꿈이냐’ ‘하나님이 진짜 있느냐’고 공격적으로 묻곤 해 힘들다”고 털어놨다.

“피하면 역효과, 꼭 필요한 크리스천이 되는 게 우선”

힘들다고 해서 일터나 직장동료를 멀리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페북에서 공감을 얻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이호신씨는 “‘오늘 저녁에 성경공부 모임이 있어요’라거나 ‘저녁예배에 참석해야 돼요’라고 말하고 일터에서 빠져나오는 경우를 종종 본다”면서 “내가 있는 곳이 곧 예배처이며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곳임을 기억해야 한다. 술이 싫다고 해서 회식자리를 무조건 피하려고 하지 말고 지혜롭게 일터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생활과 인성을 통해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식 일터문화에 아직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1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술을 권하는 회식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며 “처음부터 크리스천이어서 술을 먹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알리고 주일에는 될 수 있으면 쉬게 해달라고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일터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되는 게 문제 해결의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고 주일예배를 지키려고만 한다면 자칫 불성실하고 비사교적이며 비타협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크리스천의 가치를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근면 성실하고 인간관계도 좋고 일을 잘 해내는 게 중요하다. 먼저 모범을 보여야 배려를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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