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이 5차 고용량 항암을 위해 서울에 왔다. 3개월에 한번씩 9차로 진행되는데 이번이 5차니 어느새 절반은 넘은 셈이다.
인영이는 어느새 커서 병원 간다고 짐을 짜니 “이번에도 세 밤 자는거지?”라고 묻고 허리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의문은 남았나보다.
“엄마, 언니는 안 가는데 왜 나만 병원에 가서 허리주사 맞아?”
“응, 어릴 적에는 다 아파서 허리주사 맞고 건강해지는 거야. 언니도 그랬어.”
아내는 인영이가 친구들과 달리 자신만 병에 걸렸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5차 고용량 항암. 차수가 높아질수록 몸에 약이 쌓이는지 더 힘들어한다.

허리주사(척수검사)까지 울먹이며 눈물을 참던 인영이는 항암약과 수액을 동시에 맞기 위해 손등에 바늘을 찌를 때 언니가 보고 싶다며 많이 울었다. 맨날 싸우면서도 정이 들었는지 아픈 와중에도 언니와 영상통화를 했다.
“언니야 보고 싶어.”
“응 인영아 언니두... ”
“두 밤만 자고 갈게. 언니야...”
1년반 전 입원초기, 링거대와 유모차를 연결하는 기술을 선배 환아 부모님들께 전수받았다. 이제는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됐다. 세월의 힘이다.

인영이는 항암 부작용에 속이 울렁거리던지 아침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래도 오후 3시정도까지는 병원에서 알게 된 언니들과 웃으며 카드놀이도 하고 놀더니 약이 계속 들어가자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저녁 늦게 병원을 나서면서 구토를 한번 하더니 호텔로 돌아와 그렇게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시켜줬는데 별로 먹지도 못하고 또 다시 구토를 하고 잠들었다(결국 남은건 아빠몫).
인영이는 언니들을 좋아한다. 병원 휴게실에서 만난 소은이 언니와 카드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밤늦게 입사동기 부친상에 다녀왔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가장 많이 차를 태워준 사람이자, 단 한 번도 크게 화를 낸 적이 없는 최고의 남자였다고 동기는 말했다. 12시 넘어 호텔로 돌아오니 모녀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인영이가 먼 훗날 내 동기처럼 아빠를 회상하며 언니와 사이좋게 앉아있으면 좋겠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더 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