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3박4일 동안 병원에서 고생한 인영이를 위해 3박4일 깜짝 여행을 준비했다. 한 달 간의 아내 복직기간동안 인영이를 돌보느라 고생하신 장인장모님도 함께 모시고 강원도 여행을 갔다왔다. 행선지를 강원도로 잡은 것은 마리헤셋 수녀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인영이와 마리헤셋 수녀님이 손을 꼭잡고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있다. 인영이는 낮잠자는 것만 빼고는 어린이집이 다 좋단다.

마리헤셋 수녀님을 알게 된 것은 <나는 아빠다> 연재를 통해서다. 강원도 양양에서 어린이집 원장님으로 계신 수녀님은 인영이 먹이라며 때마다 감자와 옥수수, 토마토 등을 보내주셨다. 3달 전에는 인영이를 직접 만나러 새벽 첫차를 타고 서울 병원에 오셨다. 인영이는 반나절 만에 수녀님과 친구가 됐다. 그때 가을이 되면 인영이 데리고 어린이집에 꼭 놀러가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인영이가 놀이터 그늘에서 동생들과 함께 모래놀이를 하고있다. 동생들 틈에 끼어서 점심밥도 얻어먹었다.

수녀님의 어린이집은 볕이 잘 드는 아담한 이층 건물이었다. 난생 처음 어린이집에 발을 내디딘 인영이는 처음엔 쑥스러워 하더니 곧 야외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동생들과 함께 모래놀이에 빠졌다. 30분 넘게 논거 같아 이제 케이블카 타러 가자고 했더니 엄마아빠만 가란다. 결국 언니와 인영이만 남기고 우리 부부는 장인 장모님과 함께 숙소에 다녀왔다. 그 새 인영이는 아이들과 함께 점심도 먹었다. 또 다시 모래놀이에 열중하며 안 간다고 고집을 부리던 인영이는 “케이블카 타고 다시 놀러 오라”는 수녀님 말을 듣고서야 겨우 일어섰다.
아픈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집은 커녕 공교육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러면서 저출산을 논한다.

하루 종일 엄마와 집에 있는 인영이는 언니가 다니는 미술과 피아노학원에 따라가는 걸 좋아한다. 언니처럼 학원 보내달라는 인영이 성화에 엄마는 6살이 되면 보내준다고 한 뒤로는 누가 몇 살이냐고 물어보면 인영이는 당당히 6살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요즘 부쩍 또래 친구들하고 어울리고 싶어하는 눈치다. 인영이는 아직 또래 아이들처럼 어린이집 프로그램을 똑같이 소화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인영이처럼 아픈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집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바다를 보여주면서 인영이에게 바다처럼 넓고 자유롭게 살라고 얘기해줬다. 인영이는 "아빠는 어떻게 살았어?"라고 물었다.

내 아이가 아파서인지 모르겠지만 아픈 아이들에게 정부는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노인복지와 청년실업난 해결도 중요하겠지만 아이들에게 하는 투자로 기대되는 비용대비 편익(B/C)은 무한대가 될수도 있다.
정부가 100조원을 넘게 들였는데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현실을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장려금을 높이고, 기저귀를 무상으로 공급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아픈아이들은 더욱 키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인영이처럼 아픈 미취학아동을 위한 교육 시스템은커녕 학교에 정상적으로 다닐 수 없는 건강장애학생들을 위한 공교육 시스템조차 만들어져있지 않다. 여행에서 돌아와 내 담당 부처의 기사를 쭉 체크했다.부모님들이 건강장애학생 부모님들이 학습권 강화를 부탁하기위해 요청한 면담은 일정이 빡빡하다며 한 달 넘도록 들어주지 않으면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할 시간은 있는 고위관료가 저출산 해법을 얘기하고 있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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