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등 미용용품을 주로 파는 드럭스토어에서 일하는 한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참전용사 할아버지에게 선의를 베푼 뒤 더 큰 선물을 받았다고 한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아이디 '파란소란'은 최근 네이트판에 저렴한 크림을 사러 온 할아버지가 참전용사임을 알게 됐고, 5000원도 하지 않은 제품을 사는 것을 주저하는 할아버지에게 크림을 사서 선물했다는 사연을 올렸다. 이 글은 22일 여러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파란소란은 매장을 다시 찾아온 할아버지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다음은 사연 전문이다.

충남의 작은 도시에서
올리브0 파트타임을 하고 있는 남자 사람입니다...!

오늘 제가 받은 특별한(?)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2 주 전에 어떤 할아버지가 오셨어요. 20대 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드럭스토어는 보통 젊은층이 주 고객이라, 나이드신 분들이 오시면
응대하기 조금 까다로와요. 잘못 찾아오셨다던가, 팔지 않는 상품을 요구한다시던가, 혹은 길을 물어보러 들리셨거나, 지나친 세일이나 시장처럼 가격을 흥정해서 깎으시려는 분들이 많아요.

그 날 만난, 이 할아버지는 여느 그 나이때 분들보다도 연세가 더 많아보이셨어요. 지팡이 짚으시며 오시는분은 처음인것 같아서.. 처음엔 제가 속으로 '잘못 찾아오셨구나' 하고 응대하러 갔어요.

"찾으시는 상품 있으세요?"
.
.
예상과 달리.. 얼굴에 바를 크림종류를 찾으셨는데, 할아버지가 찾으시는 가격대에는 없더라구요 ㅠㅠ
제가 추천한게 그나마 저렴하게 쓸 수 있는 12000원 짜리 크림.. 비싸다고 망설이시더라구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할아버지 옷의 카라 부분과 어깨, 모자에서 반짝이는 훈장같은 걸 보게 됬어요.

"할아버지 이거 훈장이에요?"
"어~ 허 그래요. 이거 참전용사 훈장이지.. 집에 정장도 있어~ .... 젊은이 자네 나 어디서 봤능가?"
"아니요 처음 뵈요! 대단하세요. 훈장도 처음 봐요! 그럼 6.25 참전하신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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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영부영 대화를 한 후에. 할아버지는 빈 손으로 돌아가셨는데요.
길 건너 할아버지가 버스 기다리는 20 분동안, 창밖으로 지켜보면서 제 마음속에서 수 백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참전용사님은 처음뵙고, 평소에도 볼 기회가 없었어요.

고작해야 만 이천원인데..
하나 사서 드리면 실례일까..
진짜 참전용사님 처음 뵌다...
그 돈이면 치킨이.. 흡... (농담)

그 날 이후, 상품들 진열 하면서 저렴하고 좋은 상품이 있을까 하나하나 눈여겨 본거 같아요.
마침 하나 찾아서ㅋㅋ '이걸 추천해줬어야했는데..' 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 정장도 있어~" 하고 자랑스레 다정스럽게 말하던 할아버지 얼굴이 아른거리더라 구요.

할아버지가 잊혀질 즈음, 며칠 전 또 오셨어요..! 역시나 얼굴에 바를 크림을 찾으시길래,
전에 봐둔 물건을 보여드렸는데.. 여전히 비싸다고 씁슬해 하시던데 얼마나 찡하던지..ㅠㅠ

마침 일주일마다 할인 행사하는 제품중 4500원하는 보습크림 (니베o 파란통 비슷함) 이 있었는데,

그 제품으로 보여드렸어요. 아무래도 작은 용량에 두 개는 사야할 것 같다며, 9000원은 부담된다고 8000원에 두 개 살 수 없냐고 물으시더라구요. 다른 나이드실 분들이 강요하는 진상 같은 느낌은 아니고.. 다정한 말투였어요..

알바생이 함부로 깎을 수도 없고, 1000원만 따로 제가 내는것도 이상해서...

카운터 기계가 고장난척 할아버지한테 기달리라고 말씀드린 뒤. 한 3분 정도 할아버지 세워두고 진지하게 고민한거같아요.
고작 1만원도 안하는 돈이 뭐라고 참 고민 오래 했습니다.

고민 끝에, 결국은 제가 하나 사서 할아버지께 선물이라고 드렸어요.
"저희 아버지도 군인이고, 6.25참전용사님 처음 뵈었다. 존경스럽다. 상투적인 말로 보내드렸고,
할아버지는 제 명찰에 있는 이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름 불러주며 고맙다고 하셨네요.
혼자 지내신다고..가까이에 사신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나서, 옆에 있던 점장님과 서로 이런저런 얘기좀 했네요.
자기는 선뜻 내키지 않는다. 이런 내용이었지만, 할아버지의 훈장과 자부심은 거짓말이 아닐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할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쓰고 계신 모자(참전관련된 모자 같음), 훈장들이
보이네요.

어제 할아버지가 매장에 또 찾아오셨어요.
근처 은행에 볼일이 있으시다가 제 얼굴 보고 싶어서 오셨다면서..
점심 사주고 싶다고 가자고 하시는거.. 간신히 보내드리고 ㅎㅎ 제 전화번호 가지고 가셨네요.

오늘 저녁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는데..
할아버지 목소리가 진짜 나무 정다우세요...
사실 할아버지 전화를 따로 기대한적은 없는데..
저도 모르게 기다렸던것 처럼 반갑더라고요.

할아버지가 논산에 있다고, 한 시간 후에 돌아오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제 얼굴보고 싶다고 꼭 와달라고 해서 갔는데..





네. 이 배가 해외로 수출한다는 특별한 배라고 합니다.


ㅎㅎ 오늘 배 복이 많에요.
알바하면서 점장님이 간식으로 싸온 배를 먹으면서 정말 오랜막에 먹는다고 신났는데 ㅋㅋ
할아버지가 엄청 크고 싱싱한 배를 세 개나 가지고 오셔서 주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깐 할아버지는 빈손으로 돌아가셨는데...!
자녀 분이 하시는 거라고 했으니깐 많이 드셨을 거고, 저 주려고 바리바리 싸들고 오신거 같아요.
배가 이렇게 무거운줄 몰랐네요. 얼굴 보자고 해놓으시고..
참전용사님 츤데레..

사실 혼자 지내신다고 하고, 자주 찾아오셔서 말년에 너무 적적하시고 쓸쓸하신 건가 하고 좀 걱정이 됬었는데, 할아버지 자녀분들도 계신거 같아 다행인것 같아요.

끝으로,
제가 사는 곳은 제 1의 군사 도시에요.
이 곳에서 조차 6.25 참전 용사분은 5천원도 안하는 보습크림 앞에서
망설인다는게 저 스스로 자존심도 상하고, 뭔가 잘못된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제 인생을 살면서 그 분들을 만날 기회가 또 있을까 싶네요.

다음에 또 만나면 식사도 같이 하고~ 사진도 찍어서 남기고 싶어요.
가까운 미래에 내 자식들에게, 내 스스로에게 좋은 교육과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계산대 뒤에서 고민하던 제 모습이 부끄워요..

여러분 주변에도 참전용사님이 계시다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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