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는 남편을 둔 할머니는 얼마 전 80번째 생일을 맞았다. 친척들은 할머니 집을 방문했고 잔잔한 음악을 틀었다. 음악이 나오자 가족들은 할머니에게 할아버지와 함께 왈츠를 추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할아버지가 춤 추는 법을 잊었으리라 생각한 할머니는 선뜻 일어나지 못하고 남편을 바라봤다. 치매에 걸려 많은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었던 할아버지는 부축을 받아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젊었을 적 아내와 즐겨 추던 왈츠 리듬이 들려오자 그는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손을 올려놓으라는 뜻으로 자기 어깨를 툭툭 쳤다. 할아버지는 오른손을 아내의 왼쪽 어깨에 살포시 얹었다. 마주 선 노부부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스텝에 보조를 맞춰 춤을 추면서 아내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몇 차례 스텝을 이어가던 할아버지는 옛 기억이 떠올랐는지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아내는 남편의 볼을 쓰다듬어 그 눈물을 닦았다. 둘은 서로를 안은 채 함께 눈물을 흘렸고 옆에서 지켜보던 가족들도 감격해 울먹였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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