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악한 감정이 아닙니다" 목회자 사모들을 위한 감정일지 세미나

‘목회자 사모님들을 위한 감정일지’가 26일서울 마포구 합정 온맘닷컴 사무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많은 교회에서 담임목사나 부교역자의 부인인 사모들은 목사만큼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성도들을 보듬고 교회의 전반적인 업무에 관여하는 ‘교회의 어머니’인 사모들은 한 교회를 함께 이끌어나간다는 어려운 사명 앞에서 분노와 섭섭함, 억울함 등 부정적인 감정을 가슴에 품고 속으로 고통받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감정이 생길 때 ‘내가 아직 신앙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사모들도 많은 형편이다.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목사 사모들에게 그런 감정이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이를 잘 수용하고 바라보기를 당부하는 세미나 ‘목회자 사모님들을 위한 감정일지’가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 온맘닷컴 사무실에서 열렸다.

세미나 강의를 담당한 한국기독교심리상담센터 ‘쉼’ 소장 곽은진 박사는 이날 “영적 성장과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정서를 외면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이런 감정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잘 직면해야한다”며 “자신의 정서를 잘 알지 못하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누리는 안정감과 삶의 기쁨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곽 박사는 “분노와 억울함 섭섭함 등 부정적 감정도 하나님이 주신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그것은 선악이 없다”며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말고 ‘내가 정말 지쳤고 힘드니 누군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할 솔직함이 사모들에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곽 박사는 “부정적 감정을 직면한다는 것은 분노나 섭섭함을 타인에게 풀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정을 직면한다는 건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인식해 하나님이 주신 ‘감정통제권’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곽 박사는 “이번 세미나는 사모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성도들을 대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미나는 2개 주제로 나눠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첫 번째 시간 곽 박사는 부정적 감정을 올바르게 직면해야하는 필요에 대해 설명했다. 두 번째 시간에는 쉼 상담센터에서 펴낸 ‘감정일지’를 사모들에게 나눠줘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적어보게 했다.

곽은진 한국기독교심리상담센터 쉼 소장이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 온맘닷컴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곽 박사는 “단순히 감정을 적기만 해서는 표층에 있는 내 정서만 알게 된다”며 “이 감정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감정을 일기 쓰듯 적어 내려가는 것은 자신의 정서를 읽을 수는 있어도 구체적 메시지를 제시하거나 욕구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감정을 무조건 인식하고 느끼는 게 아니라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직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감정일지를 작성할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강의 이후에는 세미나 참가자들의 소감이 이어졌다. 자신을 한 교회의 사모라고 밝힌 황모(52·여) 씨는 “평소 크리스천이나 사모, 어머니라는 나의 배경 때문에 저의 감정을 억압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래서 격렬한 감정이 일어나면 그것을 회피하곤 했는데 잘 바라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상담 업무를 맡고 있다는 강소망(26·여) 씨는 “부정적 감정을 숨겨야된다는 생각에 힘든 일을 얘기할 때도 겉으로는 웃고 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며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제 감정을 알고 정직하게 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온맘닷컴과 상담센터 쉼은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감정일지 세미나를 열어갈 계획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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