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가 중학생 딸 친구 A양(14)을 살해한 시점은 A양이 수면제가 들어있는 음료수를 마신 당일이 아니라 다음날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경찰은 A양이 수면제를 먹은 뒤 곧바로 살해된 것으로 봤지만 살해 시점이 달라지면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날 이씨의 살인 현장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가 A양을 살해한 날짜가 기존에 알려진 9월 30일이 아니라 10월 1일이며, 시간은 오전 11시53분 이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와 딸 이모(14)양의 진술이 계속 바뀌었다”고 말했다.

당초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9월 30일 낮 12시20분쯤 이씨의 딸 이모(14)양이 A양을 데리고 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어 오후 3시40분쯤 이양은 외출했고, 이씨가 오후 7시46분쯤 이양을 데리러 나간 뒤 오후 8시14분쯤 두 사람이 귀가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앞서 이양은 경찰 조사에서 “아빠가 친구에게 전화를 해 집에 오라고 했고, 나에게는 나가 있으라고 했다.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들어왔는데 친구가 죽어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씨도 경찰 조사에서 “딸이 밖으로 나간 뒤 A양을 죽였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9월 30일 이양이 외출한 사이에 이씨가 A양을 살해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양은 9월 30일 뿐 아니라 다음날인 10월 1일 오전 11시53분에도 집 밖으로 나갔다. 이씨는 “딸이 친구와 약속이 있어 나갔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이씨가 A양을 살해하기 위해 딸을 내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시간쯤 지난 오후 1시44분 이양이 집에 돌아왔을 때 A양은 이미 숨져있었다. 이씨는 이때 이양에게 “내가 죽였다”고 말했다. A양이 살해된 시점은 10월 1일 오전 11시53분에서 오후 1시44분 사이로 추정된다. 

경찰은 A양은 수면제가 들어있는 음료를 마신 뒤 잠든 상태로 있다가 다음날 이씨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씨가 A양과 단둘이 있는 시간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행적은 드러나지 않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A양에 대한 실종 신고 시점이 9월 30일 오후 11시쯤이었음을 감안할 때 경찰이 재빨리 대처했더라면 A양을 좀 더 일찍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A양의 어머니는 이날 오후 11시쯤 이양에게 전화를 걸어 A양의 행방을 물었지만, 이양은 “이미 헤어졌다”고 답했고, 경찰은 이 말을 믿고 이씨 자택을 수색하지 않았고, 하루가 더 지난 10월 2일에서야 이씨 집을 찾았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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