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광석씨 부인 서해순씨가 지난달 25일 밤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JTBC 방송 화면촬영

고(故) 김광석씨 부인 서해순씨가 12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다. 서씨가 10년 전 폐렴에 걸린 딸 서연양의 죽음을 방치했는지, 이 사실을 그동안 고의적으로 은폐했는지가 쟁점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오후 1시 서씨를 소환한다. 경찰은 추석 전후 열흘가량의 연휴기간 동안 고소·고발인 및 참고인 조사, 경기도 용인 동부경찰서로부터 넘겨받은 서연양의 부검 기록 등을 토대로 작성한 자료를 검토했다.

김씨의 맏형 광복씨는 지난달 27일,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그 이튿날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이들은 앞서 같은 달 21일 서연양의 타살 의혹을 제기하며 서씨를 유기치사 및 소송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이 기자는 김씨의 1996년 사망 당시 제기됐던 타살 의혹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을 제작했다. 영화는 지난 8월 30일 개봉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서연양의 사망 소식이 10년 만에 전해졌다.

서연양은 2007년 12월 23일 경기도 수원의 한 대학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경찰의 부검감정서에서 서연양의 사인은 급성 화농성 폐렴으로 기록됐다. 서연양의 시신에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감기약 성분을 제외한 다른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서씨가 당시 서연양의 사망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10년 만에 재개된 수사를 통해 풀어야 할 과제다.

#의혹 1. 서연양 사망 경위, 유기치사?

수사의 핵심 사안 중 하나는 서연양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경위다. 서씨가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할 만한 행위를 했는지,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유기(遺棄)는 보호나 부양의 의무가 있는 사람을 방치한 경우, 치사(致死)는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를 말한다. 유기죄만 성립해도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더욱이 서씨와 서연양의 관계처럼 존속의 경우에는 형법 271조 2항에 의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이 가중된다. 유기로 인한 사망이 예견될 경우 살인죄가 성립될 수 있다. 존속살해죄가 성립될 경우 형법 250조 2항에 의해 최소 7년 이상의 징역형, 최대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서씨는 이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광복씨와 이 기자로부터 피소되고 나흘 뒤인 지난달 25일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해 서연양의 생전과 사후 상황을 말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딸이) 자다가 갑자기 물을 달라고 하면서 쓰러졌다. 병원에 데려갔다. 사망이라고 했다. 놀라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서연양의 사망 당일 집에서 간병하고 있었으며 병원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다만 사망을 앞두고 서연양의 폐렴 증세가 얼마나 위독했고, 보호자로서 어느 수준으로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고(故) 김광석씨 맏형 광복씨가 27일 낮 12시52분 서울 종로경찰서에 출석했다. 뉴시스

#의혹 2. 지식재산권 법적 분쟁, 소송 사기?

서씨는 서연양의 죽음을 시숙인 광복씨 등 김씨의 친족에 10년이나 알리지 않았다. 사실상 김씨 주변인에게 거의 알리지 않고 함구했다. 광복씨와 이 기자가 서씨의 소송사기 혐의를 주장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서씨가 1990년대 국내 가요계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남편의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갈 목적으로 딸의 죽음을 은폐했다는 것이 고소‧고발인의 주장이다. 소송사기 혐의가 입증되면 사기죄에 해당하는 형량을 선고받을 수 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서씨는 서연양 사망을 함구한 이유에 대해 대체로 “경황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JTBC에 출연해서도 그렇게 말했다. 그는 “놀라고 황당했다. 아버지가 (2007년) 4월에 돌아가시면서 형제들과 사이도 좋지 않았다. (남편의 지식재산권) 소송도 끝나지 않아 어려웠다”며 “경제적으로 힘들 때였다. 애가 죽은 사실을 알리는 게 겁도 났고, 기회가 되면 알리려 했지만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장애아동 엄마들에게 전화해 어떡하겠는가. 방학 때였다. 곧 크리스마스였다. 조용히 보내는 수준으로 장례식을 치렀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2007년 대법원에서 남편의 지식재산권 소송 중 직계존속인 서연양이 사망한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소송을 종료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가정의 중대사인 자녀상을 주변에 알리지 않으면서 “경황이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서씨의 최근 주장은 의혹만 더 증폭하고 있다.

#의혹 3. 김광석이 사망한 진짜 원인은?

김씨는 1996년 1월 21일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김씨가 우울증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을 내고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광복씨와 이 기자는 누군가의 교살을 주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서씨와 그의 오빠가 있다. 서씨의 오빠가 전과 10범이지만 제대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점도 뒤늦게 불거진 타살설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씨의 타살설은 서연양의 사망 경위만큼이나 대중적 관심을 받고 있지만 수사 대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광복씨와 이 기자도 고소·고발 과정에서 이 혐의를 포함하지 않았다. 21년 전 발생한 이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2015년 7월 24일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법개정 이전의 사건은 혐의가 입증되도 처벌을 소급적용할 수 없다. 김씨의 타살설이 사실로 드러나도 서씨는 살인죄를 적용받지 않는다. 서씨 역시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김씨에 대한 살해를 극구 부인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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