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사찰해 청와대에 보고한 ‘유명인 SNS 여론 동향’ 명단에 가수 이효리와 지난 3일 은퇴한 ‘국민타자’ 이승엽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그 이유가 조명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당시 사이버사령부의 ‘일일 국내외 사이버 동향 보고서’ 462건을 모두 열람해 메모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을 빌려 사찰 대상에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내던 문재인 대통령과 가수 이효리, 야구선수 이승엽을 비롯한 인사 33명을 확인했다고 12일 보도했다.

앞서 국방부 내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재조사 TF’는 지난 1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령부 내 530단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유명인의 SNS 여론 동향을 담은 총 462건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SNS를 사찰당한 유명인이 누구인지, 어떤 내용이 보고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이효리 트위터

사이버사령부는 이효리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트위터에 남긴 글을 주목했다. 당시 이효리는 “젊은이들이여 세상에 대해 아무 불만이 없으셨습니까. 있으셨다면 투표해주세요. 이제 세상은 달라져야 합니다”라고 쓴 이외수 작가의 글을 퍼와 게재했다. 

이어 “서울시민으로서 서울시장 뽑는 투표에 다 같이 참여하자는 뜻을 밝힌 것뿐인데 용기 있다는 사람은 뭐고 욕하는 사람은 왜인 거냐”는 글을 남겼다. 사이버사령부는 이런 이효리의 투표 독려 글과 함께 네티즌의 반응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일 현역 유니폼을 벗은 이승엽도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이승엽은 단 한 번도 언론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적 없으나 명단에 포함돼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이승엽이 진보 성향 연예인으로 알려진 김제동과 절친한 사이라는 것을 사찰 이유로 추측하기도 했으나 밝혀진 정황은 없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2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사이버사령부는 우리하고 군사적으로 적대적 관계에 있는 세력들의 동향을 탐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거론된 사람들을 보면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응하려고 활동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력이 잘못 쓰인 아주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의 메모에 따르면 당시 보고 대상이었던 유명인은 다음과 같다.

▲정치인=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손학규·박기춘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당시 야권),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정몽준·홍준표 의원(당시 여권)

▲방송·연예인=김여진·김미화·김제동 씨, MC몽

▲기타=공지영·이외수 씨(소설가), 곽노현·우석훈·조국·진중권 씨(진보학계), 조갑제 칼럼니스트, 지만원 예비역 육군대령, 변희재 시사평론가, 주진우 기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양영태 치과의사, 장진성 탈북시인, 문정현 신부, 김홍도 목사 등

문지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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