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위기관리 기본 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한 문건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공개된 자료엔 마치 학습지 교사가 첨삭이라도 한 듯 빨간 볼펜으로 줄을 긋고 손글씨로 수정했다. 이를 공개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관련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임 비서실장은 12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문서를 사후조작 내지는 불법 변경한 정황이 담긴 ‘박근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캐비닛 문건’을 공개했다.


공개된 문건에는 국가위기관리기본 지침(대통령 훈령 318호)의 ‘제18조 징후 감시체계 운용’ 항목을 임의로 수정했다. “국가안보실장은 안보‧재난 분야별로 위기징후 목록 및 상황정보를 종합‧관리한다”고 명시된 지침에 빨간펜으로 두 줄 삭제 표시를 한 뒤 손글씨로 “국가안보실장은 안보 분야, 안전행정부 장관은 재난 분야의 위기징후 목록 및 상황 정보를 관리한다”고 고쳐 썼다.

안보실장의 책무를 명기한 3조에서도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위기관리를 보좌하고 국가차원 관련 정보 분석, 평가, 종합, 위기관리 수행체계 구축 등 안정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표현을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한다”로 짧게 수정했다.

임 실장은 이같은 개정이 2014년 7월 말 김관진 당시 안보실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설명하며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침은 대통령 훈령으로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요청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법적 철차를 거쳐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를 모두 무시했기 때문이다.  빨간 볼펜으로 줄을 쭉쭉 그어 수정한 문건을 3개월이 지난 2014년 7월 부처에 통보하기까지 했다.

임 실장은 이에 대해 “법제처를 통해 확인했지만 사후 인가조차 받은 바 없어 불법”이라며 “이 불법 변경은 6월7일 당시 김기춘 실장이 청와대 출석해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고 안행부(안전행정부)라고 보고한 것에 맞춰 사후 조직적으로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산악회 학칙도 저렇게 수정하진 않는다” “빨간펜 선생님이 첨삭한 것도 아니고...” “박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법과 원칙이 저런 것이었나”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대통령훈령불법조작사건으로 이름을 붙이고 사건 관계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겠다로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