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30분 최초 보고서가 작성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오전 10시에 보고됐다.”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12일 ‘세월호 보고일지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박근혜정부 청와대 측이 “보고서 작성 시점과 실제 보고 시점이 달랐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나섰다. 최초 보고서가 작성된 건 오전 9시30분이 맞는데,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진 건 오전 10시였다는 주장을 폈다. 보고서 작성 후 실제 보고까지 30분의 간격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여론전’이란 비판을 들고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 여부가 결정되기 직전에 맞춰 이 문제를 꺼내든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자유한국당도 “구속연장을 위한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며 반박에 가세했다. 박 전 대통령의 17일 0시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재판부는 13일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 “상황 파악하느라 실제 보고 30분 늦어졌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오전 9시30분에 최초 보고서가 작성됐지만, 대통령에게 보고하기엔 입수된 정보가 부족해 내용을 더 파악한 뒤 10시에 보고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문제가 된 뒤) 정확히 확인한 결과 사고 당일 해경이 청와대에 팩스로 처음 보고한 시간이 오전 9시33분이었는데 9시30분에 대통령에게 첫 보고를 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 청와대는 9시30분 작성된 보고서는 국가안보실이 세월호 침몰 속보를 보고 자체 생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오전 9시21분부터 언론에서는 ‘진도 관매도 해상서 여객선 침몰 신고’ 등의 속보가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대형 재난이 예상됐던 만큼 국가안보실이 이를 바탕으로 1보(9시30분)를 만들어 보고한 뒤 해경으로부터 추가 보고(9시33분)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박근혜정부 청와대 측 해명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보고서의 실체가 확실하지 않았다면 검찰에 넘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박근혜정부 청와대 측은 세월호 참사 발생 6개월 뒤인 10월 23일에 보고일지를 수정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보고 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의혹과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사후에 불법적으로 변경한 내용”이라며 “9월 27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캐비닛에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를 확인했고, 지난 11일에는 국가안보실의 공용폴더 전산파일에서 세월호 당일 일지를 사후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발견된 문건에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한 시점이 오전 9시30분으로 돼 있다. 임 비서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4월 16일 오전 10시에 최초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은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게재됐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제출됐다”며 “6개월 뒤인 10월 23일에는 최초 상황보고시점을 오전 10시로 변경해서 보고서가 다시 작성됐다. 보고 시점을 30분 늦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초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 자유한국당 “박 전 대통령 구속연장 여론전”

청와대의 문건 공개 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세월호특조위, 헌법재판소 판결과 최순실 국정 농단 조사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는 국민과 세월호 유가족을 기망해온 것”이라고 논평했다. 민주당에선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강도 높은 성토가 터져 나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기한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두고 여론전을 펼친다는 의혹이 보인다”고 했다. “경제·안보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연일 청와대 쓰레기통만 뒤지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청와대가) 또다시 캐비닛에서 전 정부 문건을 발견했다는데, 문서의 진위와 어떻게 발견됐는지에 대한 경위를 더 궁금해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청와대 발표의 신빙성과 적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 文청와대, 서울중앙지검에 ‘불법 조작’ 수사의뢰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이 사건을 13일 중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밤새워 수사의뢰서를 작성했고, 오늘(13일) 오전 관계자들의 추가 검토를 거쳐서 오후에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박근혜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세월호 사고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최초의 보고서인 ‘진도 인근 여객선(세월號) 침수, 승선원 474명 구조작업中(1보)'의 보고 시각을 ‘2014년 4월 16일(수) 09:30'에서 ‘2014년 4월 16일(수) 10:00'로 사후 수정한 것은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대통령훈령 318호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의 내용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 수정한 것은 공용문서 훼손과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 외 검토할 수 있는 국회 위증죄 등은 검찰에서 필요하면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문제를 공개한 시점에 의문을 제기한 자유한국당에 대해선 “야당의 비판을 예상했으나 원칙대로 하고 있다. 정치적 고려 없이 나오는 대로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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