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용문서 훼손 및 직권남용,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청와대가 박근혜정부의 ‘세월호 보고일지 조작’ 의혹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며 이 같은 세 가지 혐의를 제시했다. 청와대는 13일 대검찰청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키로 했다. 전날 임종석 비서실장이 긴급 브리핑을 한 뒤 ‘밤을 새워’ 수사의뢰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오후에 대검 부패방지부에 정의용 안보실장 명의의 수사의뢰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작 사실을 보여주는 문건이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발견됐고, 관리센터의 관리자가 안보실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의뢰서에 법리적으로 세 가지 혐의를 담았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는 사법기관이 검토해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①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청와대는 먼저 세월호 관련 상황보고 일지에 보고 시점이 허위로 기재된 점을 들어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를 제시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보고 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의혹과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사후에 불법적으로 변경한 내용”이라며 “9월 27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캐비닛에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를 확인했고, 지난 11일에는 국가안보실의 공용폴더 전산파일에서 세월호 당일 일지를 사후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발견된 문건에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한 시점이 오전 9시30분으로 돼 있다. 임 비서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4월 16일 오전 10시에 최초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은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게재됐는데, 6개월 뒤인 10월 23일에는 최초 상황보고 시점을 오전 10시로 변경해서 보고서가 다시 작성됐다. 보고 시점을 30분 늦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초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난 1월 탄핵심판이 진행된 헌법재판소 ‘7시간 행적’을 자료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최초 보고 시점을 오전 10시로 기재한 청와대 일지 등을 첨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허위로 작성한 공문서를 국가기관에 제출해 사용한 것”이어서 ‘허위 공문서 행사’ 혐의도 함께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②공문서 훼손 및 직권남용

이 관계자는 또 “당시 청와대 측은 대통령 훈령인 위기관리지침을 훼손했다”며 “공용문서인 지침을 빨간 펜으로 긋고 불법적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공영문서 훼손과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전날 위기관리지침을 불법 개정한 정황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기존 지침에는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위기상황의 종합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돼 있었는데, 이를 2014년 7월 말 김관진 당시 안보실장 지시로 안보 분야는 국가안보실이,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가 관장한다고 불법적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훈령인 기본지침은 관련 규정에 따라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요청하고 법제처 심의와 대통령 재가를 받는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빨간 볼펜으로 원본에 줄을 긋고 필사로 수정한 내용을 2014년 7월 31일 전 부처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의 표본사례”라고 비판했다.

③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청와대는 이렇게 불법 변경된 지침이 각 부처에 하달돼 공무원들이 이에 따라 ‘재난안전수칙’을 수립하게 됐으므로 ‘공무원의 정당한 행사를 청와대가 직권을 남용해 방해한 것’이라고 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무원에게 해야 할 의무가 없는 행위를 하도록 했기 때문에 ‘직원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와 수사의뢰에 대해 박근혜정부 청와대 측은 “세월호 첫 보고 시점을 조작한 게 아니라 오전 9시30분 최초 보고서가 작성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오전 10시에 보고됐던 것”이란 해명을 들고 나왔다. 보고서 작성 후 실제 보고까지 30분의 간격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오전 9시30분에 최초 보고서가 작성됐지만, 대통령에게 보고하기엔 입수된 정보가 부족해 내용을 더 파악한 뒤 10시에 보고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문제가 된 뒤) 정확히 확인한 결과 사고 당일 해경이 청와대에 팩스로 처음 보고한 시간이 오전 9시 33분이었는데 9시 30분에 대통령에게 첫 보고를 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시점은 오전 8시58분이었다. 오전 9시 해군함 5척, 해경함 4척, 항공기 5대가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런 상황을 오전 9시30분에 대통령과 비서실장 안보실장에게 보낼 보고서로 작성했지만, 내용이 충분하지 않아 실제 보고 시점을 늦췄다는 게 당시 청와대 측 해명이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에 첫 보고를 접하고 오전 10시15분에 첫 지시를 내렸다고 탄핵 법정에 제출했던 ‘7시간 행적’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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