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500만원 안 주면 못 가”…장의차 막아선 마을 주민들

사진=픽사베이 자료

충남 부여군의 한 마을 주민들이 장의차를 막아서며 수백만원의 통행료를 갈취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세계일보는 충남 부여군 옥산면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장의차를 지나갈 수 없게 막고 마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통행료를 내라고 주장한 일이 있었다고 14일 보도했다.

사건은 찜통더위가 기승이던 지난 8월 초 발생했다. 오전 8시가 채 안 된 이른 시간, 충남 부여군 옥산면의 한 마을 노인회관 앞의 도로를 마을 주민들이 소형 트럭으로 점령했다. 대전에서 온 장의차를 가로막기위해서였다. 그러고는 통행료 300만원을 요구했다. 한 시간 전에는 마을 이장 A씨가 매장용 묘지 굴착을 준비하던 포크레인 기사를 찾아가 작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장의차에는 이모(56·여)씨의 이틀 전 별세한 어머니의 시신이 실려 있었다. 이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어머니의 시신을 10여년 전에 사둔 야산에 매장하기 위해 모셔왔다.

이씨는 “대전에서 장례를 도운 장의업체 직원과 통화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통행료 300만원을 내지 않으면 장의 버스가 마을 옆길을 통과할 수 없다며 막고 있다’고 하더라”며 “설마 했는데 도착해보니 트럭들이 좁은 도로를 차단했고 험악한 분위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마을 옆에 묘소를 쓰는 것도 아니고 1.5㎞나 떨어진, 마을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산속에 묘지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절대 돈을 못 준다고 했더니 마을 사람들이 ‘300만원이 안 되면 마음대로 해라. 이젠 500만원 안 내면 절대 통과 못 시킨다’며 액수를 올리고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마을 사람들과 대치하던 유족들은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이내 유족들은 더운 날씨에 어머니의 시신이 상할까 걱정해 금액을 최대한 낮춰 합의를 볼 것을 결정했다. 경찰이 오면 길어지는 절차를 염려한 결정이었다. 유족들은 350만원에 합의 본 뒤 영수증을 받은 후에야 장지로 출발할 수 있었다.

유족들이 모든 절차를 끝낸 시각은 오후 3시. 예정보다 3시간이나 늦어진 시각이었다. 이날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이씨는 집으로 돌아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진정서를 냈다.

이씨는 진정서에서 “우리도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지만 100만원까지는 줄 용의가 있다고 했지만 오히려 500만원으로 올리더라”며 “이건 마을 발전을 위한 ‘선의의 통행세’가 아니라 명백한 갈취행위고 장례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등 범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사건에 대해 마을 이장은 “내가 ‘여긴 마을 법이 그렇다’며 포크레인 기사에게 작업을 중단시킨 뒤 마을회관으로 내려갔었다”며 “돈은 강요 안 했다. 주겠다고 해서 받은 것뿐인데 유족들이 반발한다니 떨떠름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옆 300m 이내 묘지를 쓸 수 없도록 한 장사법이 개정된 10여년 전부터 우리는 300m 이내에는 어떤 경우도 묘지를 못 쓰게 하고 있다”며 “300m를 넘는 경우엔 마을 발전을 위한 자발적인 통행료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지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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