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 년째 뜨거운 감자"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통령 후보 출마 당시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이를 통해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공약하였다. 수사구조개혁 논의는 매 대선 때마다 나오는 단골공약일 만큼 현재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문제이다.


[청년기고] 그들이 가능하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 2학년 고미희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자신의 공약에 맞춰 수차례 경찰과 검찰 간 수사권조정, 즉 수사구조개혁을 주문하였고 이에 경찰과 검찰은 각각 개혁위원회를 꾸려 나름의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경찰청에서는 '경·검간 신뢰와 존중의 협력관계 설정을 위한 해외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개최하여 영국과 미국의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 세미나의 목표가 '경·검간 신뢰와 존중의 협력관계 설정'인만큼, 경찰과 검찰간의 업무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과연 수사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과 미국은 경찰과 검찰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협력하여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고 있는가?

영국경찰의 전문가로 런던경찰청 소속인 데비 브라운(Debbie Brown) 수사과장이 참석하였다. 데비 브라운 수사과장은 발표를 통해 "두 번, 세 번 물어보아도 내 대답은 영국의 검찰은 수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사는 경찰의 몫이다"라며, 검사는 그 과정에서 일종의 조언만 가능할 뿐, 간섭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기관간의 상호협력이 잘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마찰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라 고 하며 "경찰은 검사의 조언을, 검찰은 경찰의 수사를 통해 서로의 업무에 조력자가 되어준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하여 함께 참석한 NCA소속 법률전문가 니나 해리슨(Nina Harrison)은 "이전에는 경찰이 기소권도 함께 가지고 있었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여 국립기소청(CPS)이 신설되었고, 그 후 구축된 경·검간 협력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라며 영국에서의 경·검 협력관계를 소개하였다.

영국의 이러한 탄탄한 협력구조는 업무에 있어서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경찰이 수사한 결과 및 정보를 검찰에 공개하고, 검찰이 기소함에 있어서 증거가 불충분할 경우 경찰에 추가수사를 요청하거나 필요한 증거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으며, 경찰은 초동수사를 마친 후 검찰을 찾아가 자문을 구할 수도 있다. 심지어 검찰의 판단에 대한 경찰의 이의제기도 가능하다.

미국 전문가로 참석한 워싱턴 DC 경찰국 소속 조셉 오(Joseph Oh) 수사팀장은 "두개의 손바닥이 맞닿아야 좋은 소리가 난다"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하여, 경찰과 검찰의 상호 협력 관계를 강조하였다. 모든 공권력은 경찰로부터 나온다고 하여 경찰의 권한을 강조하였고, 사건이 접수되어 기소까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의 경찰·검찰의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그 중 가장 특별한 것은 수색영장·체포영장·체포영장 진술서를 모두 경찰이 만들고, 검사는 영장을 볼 수 없으며 오로지 진술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진술서를 보여준 후에는 검사와의 협의를 통해 기소여부를 결정한다.

조셉 오 수사팀장과 더불어 LAPD 소속 론 킴(Ron Kim) 수사팀장 또한  "검사가 기소를 거부했을 경우 수사관 견해가 이와 다르다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라며 4단계의 이의제기 절차를 소개했다. 아울러 영국과 마찬가지로 "경찰과 검찰은 서로 협력 관계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라며 권력분립이 잘 되어 있는 미국의 경찰제도를 소개하였다.

미국 일리노이주 쿡 카운티에서 근무하는 크리스티나 계(Christina Kye)검사는 <LAW&ORDER>라는 드라마를 소개하며, "미국의 두 기관(경찰과 검찰)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서로 동등하게 중요한 역할을 맡아 국민을 대변한다"라고 설명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로 '중범죄 검토팀'(Felony Review)을 소개하였는데, 검토팀이 기소에 대하여 내릴 수 있는 결정에는 '승인·거부·보강수사' 요청 3가지뿐이며 보강수사도 강제권한이 아닌, 권고사항일 뿐이라고 설명하였다. 이와 더불어 "경찰이 없으면 검찰은 할 일이 없다"라는 말로 검찰의 의존성을 부각하기도 하였다.

가장 중요한 이슈인 경검간 수사권 조정에 관한 질문에는 "경찰과 검찰은 목적의식이 다르다. 만일 유리창이 깨졌을 때, 경찰은 '어떻게 깨졌는가?'를 모색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하지만 검사는 '누가 깨뜨렸는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라고 답하여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즉, 현재 우리나라의 구조처럼 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지휘한다면, 수사개시부터 기소가 목적이 되기 때문에 실체적인 진실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권력분립은 현대 민주주주의 국가의 근간이다. 모든 국가기관에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이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이 더 보장될 수 있기에 많은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한 국가기관이 많은 권한을 독점할 수 없도록 노력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검찰에만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형집행권 등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것인가? 과연 이것이 정의로운 것인가?

지금까지 살펴본 수사선진국의 경・검 관계에 비추어본다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가능하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기고자 고미희
2016.02 인천 삼산고등학교 졸업
2016.03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입학
2017.04~ 동국대학교 제49대 총학생회 '하이파이브' 집행부 기획국원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 '청년기고' 코너는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는 코너입니다.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셋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모든 기고는 수정 없이 게재하며 국민일보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청년기고 참여를 원하시는 분께선 200자 원고지 6매 이상의 기고문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에게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더 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