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53사단 제공) 지난 13일 영도경찰서 관계자가 직접 부대를 방문해 정형락(왼쪽 두번째) 하사에게 표창장을 전달하고 있다.

부산의 육군 53사단 해안경계부대에서 근무하는 25살 정형락 하사는 지난 5일 밤늦게 임무를 수행하다 한 할머니와 마주쳤습니다. 인적이 드문 초소 부근에서 비를 맞으며 떨고 있던 할머니는 잠옷 차림이었습니다. 정 하사는 긴급상황 대응 훈련에 참여해 수색 작전 중이었는데, '작전'을 바꿨습니다. 먼저 입고 있던 우비를 벗어 할머니에게 입혀드렸습니다. 치매를 앓고 계신 게 분명해보였거든요.

(뉴시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강원도 산불감시초소 모습.

할머니가 있던 곳은 산불감시초소였습니다. 나즈막한 야산 중턱에 할머니는 슬리퍼만 신고 비를 맞으며 올라와 있었습니다. 워낙 인적이 드물어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는 곳에서 할머니가 정 하사를 만난 건 행운이었지요. 정 하사는 두려움에 떠는 할머니를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 곧바로 영도경찰서에 구조작업을 요청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할 때까지 할머니가 체온을 유지하며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곁을 지켰습니다. 

당시 할머니는 이미 실종신고가 된 상태였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날씨, 그것도 한밤중에, 잠옷과 슬리퍼 차림으로 사라진 할머니를 찾기 위해 가족은 애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초고령사회를 향해 가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상의 위기'가 돼 가는 중이지요. 정 하사 덕에 할머니는 무사히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할머니를 보살펴준 정 하사 얘기를 듣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정 하사는 “인적이 드문 초소에 혼자 계신 노인을 발견하면 먼저 그 분의 안전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인데, 선행처럼 알려져 부끄럽다"면서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실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도 정 하사의 공로를 인정했습니다.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실종사건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이죠. 부산 영도경찰서 측은 지난 13일 직접 부대를 방문해 표창을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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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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