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거여동에는 한때 34개의 교회가 있었다. 지금은 딱 1개만 남아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교회 존치를 위해 10여년째 싸우고 있다. 개발을 밀어붙이려는 재개발조합과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교회의 생존투쟁이다. 이 토박이 교회마저 문을 닫는다면 마을엔 단 한 곳의 교회도 없는 지역이 될 것이다. 개발지는 ‘롯데캐슬’이라 이름 붙인 37층 고층 아파트 20여동과 입주민을 위한 상가, 공원 등이 근사하게 자리할 것이다.

건물 철거 직전인 서울 거여동 2-1개발지구 내 거암교회. 1953년 설립된 이 교회는 자기 교회 땅과 예배당을 자기 돈으로 사고 새로 건축해야 하는 개발 논리 모순에 직면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은 교회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종교부지를 명문화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개발지구내 자기 땅을 가진 교회가 직접 도면에 종교구획용지로 반영하지 않는 이상 종교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재개발이 완료된 직후 상가 건물에 입주가 가능할 뿐이다.

재개발조합과 교회가 설령 합의했다해도 지방자치단체가 교회를 헐어버리면 법적 분쟁 등의 소지가 남아 종교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 전국종교용지대책연합회에 따르면 도정법 등에 의해 도시 근교 지역에 건설된 750개 지구 택지개발 및 신도시에서 수천개의 교회들이 보상금과 분양대금 격차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 재개발대책위원회는 전국 곳곳의 재개발지역 내 교회가 절반 이상이 없어졌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암교회(1953년 설립)는 자기 땅을 갖고도 존치를 위해 싸우는 중이다. 교회가 지방자치단체와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존치 투쟁에 나서서야 겨우 재개발 도면에 종교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밀려나는 가난한 교회들
지난 16~17일 거여동 거암교회로 향하는 길은 윤택한 강남 3구의 풍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거여역에서 거암교회를 찾아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재개발지역의 스산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여기는 ‘거여마천뉴타운 거여 2-1지구’로 2008년 개발지구로 지정됐다. 2-1지구는 가로 400여m, 세로 340여m의 평행사변형 박스 안의 마을이다. 서민과 중산층이 이웃하며 정겹게 살아가는 전형적인 도시공동체였다.

거암교회 교인들이 서울 송파구청 앞에서 교회 존치를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구 내 서쪽 일부는 재개발이 필요했지만, 대부분 건물들은 1990년대 들어선 3~4층 연립 및 소형 아파트, 상가와 사무실 건물로 재개발 요인이 크지 않았다. 상가 및 사무실 건물에는 임대 교회가 들어서 복음을 전했다.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파악된 교회는 34곳이었다. 이중 3곳만이 자가 교회였다.

천막 주택 뒤로 거암교회 십자가가 보였다. 적벽돌 콘크리트 예배당이었다. 그 교회를 향해 가는 골목 전봇대에 ‘정동제일교회 정동봉사센터 진료소’ 간판이 보였다. 골목 오른쪽 센터 사무실 문에는 ‘치과 내과 한방과 진료 2, 4주째 주일 오후 2시~5시’라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골목 왼쪽 주택은 진료소였다. 진료소는 폐쇄된 채 유리창이 깨지고 풀만 무성했다. 도시 빈민 진료를 위해 매주 교회가 힘썼던 흔적이다.

거암교회는 경기도 광주군 중대면 거여리 산 54번지에 설립된 농촌교회였다. 흙벽돌 단층 루핑 건물 52㎡(16평)에서 시작했다. 서울 명동 향린교회 전도지대 시찰단이 답사 끝에 세운 성전이다. 이렇게 시작된 교회는 4차례 성전 이전 끝에 1998년 본당 및 어린이집 등을 포함한 대지 1500㎡(455평)를 확보, 지역사회를 중심시설로 남았다. 거암교회는 독거노인 봉사, 다문화가정 지원, 차상위계층 지원, 교육 소외자 지원, 지하철 문화공연 등 주민과의 접촉이 높았다. 재개발 전까지 450여명이 출석하는 지역 모범교회였지만, 재개발 과정이 길어지면서 교인은 300여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거암교회가 버틸 수 있었던 건 토박이교회였고 자기 소유의 땅이 있었기 때문이다. 땅 넓이가 작았던 2곳의 자가 교회조차 버티지 못했다. 나머지 31곳 임대 교회는 세입자들처럼 밀려났다.

재개발의 파고(波高) 속에서도 살아남은 서울 염리3주택재개발 지역 내 염산교회 예배당. 교회 건물을 중심으로 왼쪽은 주택과 상가들이 헐리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 교회 오른쪽 아파트는 수년 전 재개발 완료한 아파트. 큰 교회는 남고 임대 교회들은 모두 사라졌다.

“1953년부터 있어온 교회 아닙니까. 3번째 예배당이 2-1지구내 있을 정도로 토박이 교회이죠. 우리는 예배당의 존치를 원했죠. 그런데 조합측과 구청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개발사업에 협조해달라고 해 2010년 지구내 시설 이전을 보장받고 동의했습니다. 서로 떨어진 교회 본당 및 사택, 교육관 등의 땅을 합하면 37층 2개동을 지을 수 있다고 해서 교회가 세상 기준으로 협상하면 안 될 것 같아 지구 내 종교부지 대토(1388㎡)를 받아들였죠. 다른 교회들이 사라지는 게 너무 마음 아팠지만 재개발 논리에 도리가 없더라고요.”

교회 이전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이병철 안수집사는 “고향과 다름없는 거여동은 1973년 편직 가내수공업이 들어서면서 서민들의 삶의 터였다”고 했다. 2-1지구내 세대주 800여명 중 원주민은 30%에도 지나지 않는다. 개발정보에 밝은 이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사듯 땅을 차지했다.

교회·주민 밀어내고 들어서는 ‘성채’
2014년 문제가 불거졌다. 조합과 교회가 합의 도출을 못한 상태에서 교회 건물 보상이 무효화됐고 대토 부지 가격 상승을 이유로 조합 측이 교회에 34억원을 추가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개발업자들은 개발이 시작될 경우 높아질 땅의 가치를 미리 상정하여 수익자에 청구할 수 있다. 업자 이익의 극대화다. 법은 이를 보장한다.

교회측 입장에서 보자면 대대로 신앙생활을 해온 이들이 밀려나는 것도 서러운데 내 땅을 내 돈으로 사서 예배당까지 지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조합측은 교회가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무리한 보상만 요구하고 있다고 매도한다. 교회로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교회 옥상에서 바라본 2-1지구 마을. 천막 덮어쓴 집 일부를 제외하자면 건물마다 반듯하다. 그런데 포클레인이 부수고 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알 수 없다. 그 건물 띄엄띄엄 교인을 잃은 녹슨 십자가 탑이 씁쓸하다. 갈 곳 없는 주민 몇 세대가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을 뿐이다. 

글․사진=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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