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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에 빠지다”… 대학가에 부는 캘리그라피 열풍

사진=인스타그램(@twbonbon 제공)

현대인이 하루에 '글씨'를 쓰는 횟수는 얼마나 될까.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학교 과제를 완성하고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이 모두 글씨로 이뤄지지만 상당부분 기계의 힘을 빌리고 있다. 손과 필기도구만을 이용한 글쓰기로 범위를 좁히는 순간 현대인의 문자생활은 극도로 축소된다.

디지털 시대와 함께 글을 ‘쓰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기만 하면 글자가 완성되는 요즘, 손으로 직접 글을 쓸 일은 많지 않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학교마저 달라졌다. 대학생의 '노트북 필기'는 일반화됐고 과제도 사이버캠퍼스를 통해 문서 파일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초·중·고교 역시 일부 시범학교에서는 종이 교과서 대신 태블릿을 지급해 수업하고 있다. 이제 종이와 펜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이런 디지털화(化)에 반기를 든 ‘손글씨 열풍’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캘리그라피 동아리’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첨단 기기와 가장 밀접한 20대 대학생들은 어떻게 아날로그적인 손글씨에 빠진 것일까.

대학생 심은수씨는 대학생 캘리그라피 동아리 ‘끄적끄적’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생긴 이 동아리는 구성원 대다수가 캘리그라피를 처음 접하거나 혼자 해 온 초보자다. 3명으로 시작했던 ‘끄적끄적’은 현재 20명으로 늘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심씨는 캘리그라피에 빠지게 된 계기로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여행을 다니며 사진 찍는 게 취미인 그는 자신의 손글씨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여행사진을 꾸미고 싶었다고 말했다.

'혼밥' 문화에서 보듯 개인주의가 일반화된 대학가에서 어떻게 이런 아날로그 취미 동아리가 다시 급부상하게 된 것일까. 심씨는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혼자서 하기 어려운 재료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동아리의 가장 큰 장점으로 들었다.

사진=인스타그램(@twbonbon 제공)

캘리그라피 동아리의 주요 모임 장소는 대형 카페다. 매주 또는 격주로 모임을 갖는 경우가 많다. 회비는 월 1만원 안팎으로 비싸지 않다. 이들은 혼자서는 구하기 힘든 재료들을 공동으로 구매해 함께 취미를 즐긴다. 심씨는 “비슷한 동아리가 많아 모임 장소가 여러 번 겹칠 정도”라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열풍에 힘입어 캘리그라피 펜을 비롯한 관련 용품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웬만한 대형 문구점에는 캘리그라피 용품을 파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 전자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이제 손 글씨는 단순한 기록의 의미를 넘어 예술로써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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