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소연 인턴기자

9월 이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 중 하나는 가수 고(故)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씨 사건이었다. 서씨가 발달장애를 갖고 있던 딸 서연양의 죽음을 10년 동안 숨겼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러 의혹이 불거졌다. 딸이 상속받은 김광석의 각종 저작권은 서씨가 관리하고 있었다. '거액 저작권료'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해순씨는 남편의 사망 직후부터 최근까지 저작권법과 관련된 다양한 분쟁에 얽혀 왔다. 20여년간 김광석의 저작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각종 분쟁에서 저작권법은 어떻게 적용됐을까.

◇ 분쟁의 시작… ‘로열티 청구권 확인소송'

서해순씨는 김광석의 초상권, 성명권, 자작곡에 대한 권리 등 저작권 전반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 그간 서씨는 이러한 권리를 바탕으로 많은 소송을 제기했다. 첫 번째 소송은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직후인 1996년 시아버지를 상대로 낸 ‘로열티청구권 확인소송’이었다.

김광석의 부친은 아들이 사망하기 전인 1993년 자신의 명의로 김광석의 4개 앨범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3년 뒤 김씨가 숨지자 아버지는 아들의 저작권을 자신이 양도받았다고 주장했고, 아내 서씨와 딸은 상속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맞섰다. 양측은 당시 김광석의 부친이 사망한 뒤에는 손녀 김양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했다.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로 법에 정의되어 있다. 따라서 음악·미술 등 예술·학술·문학 저작물이 이 법의 보호 범위 아래에 있다. 즉, 저작권은 저작자의 권리 및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픽=이소연 인턴기자

저작권은 다시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구분된다. 이때 저작인격권은 한 사람에게만 속하는 일신전속성(一身專屬性)을 가진 권리여서 양도할 수 없다. 따라서 원(元)저작자가 사망할 경우 함께 소멸한다. 다만 저작자 사후에 인격적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보호를 위한 효력을 갖는다. 

이와 달리 저작재산권은 타인에게 양도나 상속이 가능하다. 즉 딸 김양이 상속받은 저작권 역시 저작인격권이 아닌 저작재산권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실연자(實演者)·음반제작자·방송사업자의 권리 등으로 구성된 ‘저작인접권’도 포함된다.

◇ 재판 중 숨진 딸의 죽음 '은폐'… 저작권 판결에 영향?

2004년 부친이 사망한 후 김광석의 형과 어머니가 서씨를 상대로 합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법정 다툼이 재개됐다. 부친이 그가 갖고 있던 4개 음반에 대한 권리를 배우자와 장남에게 유증(遺贈·유언에 의한 재산 상속)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김광석의 어머니와 형은 이전에 체결된 합의는 철회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기존 4개 음반에 대한 모든 권리가 자신들에게 있음을 주장했다. 

대법원까지 갔던 이 소송은 2008년 “기존 음반은 물론 앞으로 제작될 음반의 저작권까지 딸에게 있다”는 판결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최근 김양이 2007년에 이미 숨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 권리를 놓고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광석의 형 김광복씨는 지난 9월 “상속자인 딸의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저작권 소송을 종료시켰다”며 서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렇다면 이 혐의는 성립될 수 있을까. 

권세진 서강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부친의 사망과 동시에 모든 저작권은 합의에 따라 손녀 김양에게 상속된 것”이라며 “재판 시작 시점에는 김양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망하기 전 진행된 1·2심 재판에서 이미 원고 패소·부분패소 판결이 났기에 김양의 사망 사실이 알려졌더라도 판결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수차례 송부한 ‘내용증명’, 효과 있을까?

이후 서씨는 법적 상속인인 딸 김양이 장애를 가진 금치산자(禁治産者)라는 이유로 김광석의 모든 저작권을 위탁 관리하면서 철저한 관리에 나섰다. 

2013년에는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제작사 LP스토리에 퍼블리시티권과 동일성유지권 침해 금지에 관한 내용증명을 보냈다. 제작사가 김광석의 이름과 얼굴을 허락 없이 사용했으며, 김광석이 작사·작곡한 노래를 무단으로 편곡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결국 홍보물 속 김광석의 사진은 삭제됐으며 뮤지컬에서도 김광석이 작사·작곡한 곡 대신 ‘부른’ 곡만 사용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2014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서씨는 김광석 헌정앨범 ‘김광석 오마주-나의 노래 파트1’을 제작하던 페이퍼레코드사가 퍼블리시티권과 성명표시권을 침해했다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앨범 커버에 사용된 김광석의 사진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제작사는 커버 이미지 교체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내용증명’은 법적인 효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손해배상청구, 계약 해지 통보 등의 의사 전달 용도로 사용된다. 내용증명이 오간 경우 보통 소송까지 가지 않고 쌍방 합의로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다.

◇ 내용증명서 침해 주장한 '동일성유지권·성명표시권'은?

내용증명에서 서씨는 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퍼블리시티권 침해를 항의했다.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인격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저작인격권은 김광석이 고인이 됨과 동시에 소멸했다. 즉, 엄밀히 말해 서씨의 내용증명은 성립할 수 없는 주장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성명표시권은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공표할 때 저작자의 실명이나 이명(異名)을 표시할 권리다. 그리고 동일성유지권은 저작물의 제호·내용·형식을 원형 그대로 유지할 권리를 말한다.

서씨는 권리 침해를 주장했지만, 둘 모두 당사자의 사망과 동시에 소멸하는 인격권인 이상 서씨에게는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권리가 없다. 그럼에도 제작사들이 이 내용증명 속 요구에 응한 이유는 유족인 서씨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사망한 김광석의 퍼블리시티권 주장, 가능할까?

서씨는 김광석의 사진을 뮤지컬 홍보물과 앨범 표지에 실은 것을 ‘퍼블리시티권 침해’라며 문제 삼았다. 그러나 김광석은 이미 고인이 된 상태다. 이때 망자(亡者)에 대한 퍼블리시티권 침해 주장은 가능한 것일까.

흔히 퍼블리시티권과 초상권을 동일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둘은 엄연히 구분되는 권리다. 퍼블리시티권은 특정인의 이름·얼굴·이미지 등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렇기에 주로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이 자신의 사진을 무단으로 상업적 광고에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다. 즉 초상권은 ‘자신의 초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권리이며, 퍼블리시티권은 ‘자신의 초상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권리인 셈이다.

동일성유지권·성명표시권과 달리 퍼블리시티권은 일종의 재산권으로 분류된다. 그렇기에 유족에게도 항의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의 조건으로 ①유명인일 것 ②성명과 초상 등에 관한 것일 것 ③재산적 가치가 있을 것 등 3가지를 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인정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또 해당 뮤지컬과 음반의 경우 ‘추모’가 목적이었기에 더욱 인정되기 힘들다.

◇ ‘초상권 침해’ 주장한 서해순씨

서씨는 이상호 기자가 영화 ‘김광석’을 제작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무단으로 공개한 것을 문제 삼아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영화 ‘김광석’에는 서씨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등장했다. 이에 “초상권이 침해됐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서씨는 명예훼손과 무고로도 고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가 여기서 문제 삼은 초상권 침해는 인정될 수 있을까. 영화 제작사 측은 ‘알 권리’를 주장하며 침해가 아니라고 말한다. 권 선임연구원은 “여론이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초상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현재 이 사건이 개인의 문제로 끝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 역시 서해순씨에게 불리한 상황”이라며 “초상권 침해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법원에서 인정해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서씨는 상업 영화에 쓰였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저작재산권 제한 사유’에서는 비영리적 목적으로의 사용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저작재산권법 제26조에는 ‘시사보도를 하는 경우에 그 과정에서 보이거나 들리는 저작물은 정당한 범위 안에서 복제·배포·공연·공중송신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 저작재산권자인 건 맞는데… '과도한' 권리 주장

미혼 자녀의 재산은 부모에게 상속되기 때문에 현재 서씨는 법적으로 김광석의 저작권에 대한 저작재산권자가 맞다. 따라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이를 보호할 권리 역시 갖고 있다. 즉 서씨의 행위 자체는 저작재산권자로서 정당한 보호 수단 행사로 간주되며 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만한 요소는 없다. 그러나 그 권리 행사의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까지 서씨는 두 차례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으며 김광석의 형 김광복씨, 그리고 이상호 기자와의 법정 다툼도 앞두고 있다. 김광복씨는 서씨가 서연양이 급성 폐렴으로 위독할 때 119 신고를 늦게 해 사망하게 만들고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저작권 소송을 종료시켰다며 서씨를 유기치사·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그리고 서씨 측은 이상호 기자를 초상권 침해·명예훼손·무고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경찰과 검찰은 11월쯤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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