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중국 학생 2명이 지난달 23일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호주 수도 캔버라에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 무리는 지난달 23일 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현지 10대 학생들이 걸어왔고 “담배가 있냐”고 물으며 말싸움이 시작됐다. 이들은 중국 학생들에게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하고는 얼굴을 가격했다. 결국 한 17살 중국 학생은 병원으로 후송됐고 또 다른 중국 학생은 한쪽 눈이 일시적으로 실명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의 늦장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중국 유학생들은 “몸싸움이 벌어지자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경찰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가해자들이 모두 도망갔다”고 밝혔다.

경찰이 진술을 무시하고 가해자들을 체포하지 않자 중국 유학생들은 SNS를 통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SNS로 사건의 경위와 억울함을 호소하자 호주 언론이 인터뷰를 자처하기도 했다.

한 익명의 학생은 페어팩스 미디어에 “사건 뒤에도 10대 학생들이 계속 우릴 쫓아왔다”며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창문 밖에서 나오라고 손짓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2달러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며 “작은 돈이라 대수롭지 않게 건네줬더니 다음번에는 20달러를 요구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점점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내 뒤를 바짝 쫓아온 적도 많다”며 “공포스럽다. 이곳에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캔버라 중국 대사관은 26일 사건 관련 성명을 내고 호주 수도 특별 지역 공무원과 관계자들에게 “도시 내 중국 유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밝혔다. 결국 경찰은 지난주 관련 가해 학생 2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호주 경찰은 “인종 차별 때문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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