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총장 최순자) 고조선연구소(소장 김연성) ‘조선사’ 연구팀이러시아 과학원의 고고학자들을 초청, 두만강 이북의 러시아 영토인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한 연해주지역에서 확인된 고려·조선시기의 유적과 유물들에 대한 조사보고 및 토론회를 17일 인하대 6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일대에서 발견된 고려 및 조선시기 유물 유적 발견지점(빨간색 표시). 인하대 제공




 인하대 국제학술회의는 ‘러시아과학원 극동지소 극동제민족 역사학고고학민족학연구소’의 아르쩨미예바 N.G.,의 ‘연해주 지역의 조선시대(1392~1897년) 성에 대한 첫 번째 조사’부터 시작된다. 

이어서 니끼친 Yu.G.의 ‘피터 대체만 수역의 고려 및 조선시대 고고학 유적들’은 고려의 국경사에 대한 기존 통설에 대한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 쥬쉬홉스까야 I.S.의 ‘고려 및 조선시대와 동시기의 연해주 고고학유적 출토 자기와 청자들’까지 러시아 극동고고학계 권위자들의 발표가 이어진다.
두만강 동북 러시아 지역에서 발견되는 조선식 석성 유적. 고고학계는 역사학계와 달리 고려와 조선의 국경을 러시아 연해주까지 확대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인하대 제공



그동안 한국 역사학계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하는 연해주에는 한국사와 관련, 발해 유적과 대일항쟁기의 유적들만 주로 분포한 것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측 조사에서 발해나 근대와는 상관이 없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유적과 유물이 계속 발견된 것이다.

 초기에 러시아 고고학자들은 이 유적들을 고려나 조선의 거주 흔적으로 인식하는데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고대 한국 성의 특징인 석성과 고려자기 및 조선자기들이 다량으로 출토되자 고려나 혹은 조선시대 문화와의 관련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유적과 유물들은 일부 특정지역에 한정돼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블라디보스톡 지역에 광범하게 분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사 연구에서 고려시대 국경선은 현재 압록강에서 원산만을 잇는 선으로 이해하는 것이 통설이었다.

 조선시대 국경선도 세종 때에 이르러 현재 압록강, 두만강에 이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 역사에서 고려와 조선의 국경은 한 번도 두만강을 넘어간 적이 없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두만강 너머 연해주에서 다량의 고려와 조선의 유적이 발견되면서 적어도 고고학적으로는 그동안의 고정 관념의 재검토가 필요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실 당시 사료들인 ‘고려사’나 ‘고려사절요’, 그리고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을 살펴보면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북방 국경선은 확실히 압록강이나 두만강 너머에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국중세사학계에서 고려시대는 압록강하구에서 원산만으로, 조선시대는 세종 때에 와서야 두만강까지가 국경이었다는 기존 학설을 고수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그동안 많은 논란 속에 미궁에 빠져 있는 한국 북방사 관련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두만강 이북에 고려와 조선의 국경이 있었다는 공식 문헌기록을 러시아 학계의 고고학 자료들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논문을 모두 검토한 한국 전통문화대학교 정석배 교수는 “타당한 내용”이라며 “연해주에서 오래 동안 답사와 조사를 하고 논문들을 검토한 결과 러시아학자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발해사를 전공하며 여러 차례 연해주를 답사한 ‘고구려, 발해학회’ 연구위원인 정진헌 박사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시대적으로 발해 이후 유적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대부분의 러시아 학자들은 이 유적들에 대한 구분을 못하고 엉뚱하게 불과 200년이 안 되는 금나라와 연결지었다고 지적했다. 

유적의 시기를 볼 때 금나라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하며 이번 발표회가 연해주지역 역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정박사는 말했다. 

복기대 교수는 “우리 중세사학계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공개토론회를 통해 일제 관변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고려사를 복원해야 하고 정부 당국은 이를 위한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하는 연해주 지역에는 모든 시기에 걸쳐 한국사와 관련 있는 유적들이 많이 발견된다. 

그럼에도 연해주 지역에 대한 연구는 발해사나 근대사에 국한되는 등 극히 제한적으로 지원되어 왔다. 

일본은 그들의 역사와 상관없음에도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 중국 역시 전문 연구자들과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 학계에서는 거의 손을 놓고 있으며 소규모의 지원이 간헐적으로 있을 뿐이다. 

인하대 고조선연구소 측은 정부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하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제 조선총독부가 자의적으로 축소·왜곡한 고려와 조선의 동북 국경에 대한 체계적이고 엄밀한 자료 축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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