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기상청

15일 오후 ‘포항 지진’은 서울에서도 감지됐다. 서울시민들은 지진이 났다는 걸 기상청이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먼저 알았다. 지진의 진동은 시민들에게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뒤에야 서울에 도착했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당시 ‘늑장’이거나 ‘먹통’이었던 재난문자는 몰라보게 빨라졌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기상청으로 재난문자 발송체계를 일원화한 정부의 개편 작업이 있었다. 그보다 앞서서는 지난 8월 “대국민 지진통보체계의 전면 재정비”를 지시한 ‘대통령 지시사항’이 있었고, 더 이전에는 이례적으로 지진이란 특정 재난을 콕 집어 대응체계 개편을 강조한 ‘국정과제 55항’의 한 줄이 이었다.

재난문자가 제 기능을 하도록 만드는 건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지진의 파동 중 P파는 S파에 비해 1.73배 빠르게 전파된다. 기상청은 이 P파를 먼저 감지해 규모를 측정, 문자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발송했다. 그 문자가 전송된 뒤에야 S파가 서울 등 각지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건 ‘행정’의 문제였고, 포항 지진은 그 행정력이 상당부분 개선됐음을 보여줬다.

◇ 3초만에 관측… 19초 뒤 조기경보·재난문자

기상청은 15일 지진 발생 후 약 3초 만인 오후 2시29분34초 포항관측소에서 최초로 지진을 관측했다. 이어 약 19초 뒤 지진 조기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 때 26~27초가량 걸렸는데 이번에는 약 7~8초 빨라진 것이다.

이후 기상청은 행정안전부 시스템을 통해 오후 2시29분57초께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 발생, 여진 등 안전에 주의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오후 2시35분 더 정밀한 분석을 통해 발표된 지진 정보(포항 북구 북쪽 9㎞, 규모 5.4)와 비교하면 진원 시간과 위치 차이도 크지 않다.

재난문자가 신속하게 전송되면서 서울, 수도권 등 포항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는 시민들은 진동을 감지하기도 전에 먼저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시민은 “재난 문자 메시지를 받은 이후 10초쯤 있다가 사무실이 약간 흔들리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 재난문자 ‘관측 후 50초 이내’ → ‘7~25초’

정부는 지난해 경주 강진 이후 늑장 경보발령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으로 이원화했던 긴급재난문자(CBS) 발송체계를 기상청으로 통합했다. 규모 3.0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양 기관이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상청에서 직접 재난문자를 발송한다는 것이 통합내용의 골자다.

경주지진 당시 국민안전처는 4차례에 걸쳐 기상청의 지진 통보를 받아 송출지역을 설정한 후 CBS(긴급재난문자방송서비스)로 재난문자를 송출했으나 지진 발생 8~9분 만에 늑장 발송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일부 통신사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휴대전화에는 아예 전송되지 않아 ‘먹토’이란 비난도 일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21일부터 기상청이 직접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도록 시스템을 변경했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규모 5.0 이상의 지진의 경우 기상청의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해 50초 이내에 전국에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기상청은 이후 문재인정부 들어 ‘국정과제’와 ‘대통령 지시사항’ 등을 반영해 재난문자 개선작업을 지속했다. 규모 5.0 이상일 경우 ‘7~25초’에 문자가 발송되도록 단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목표 달성 시기는 2018년으로 잡아둔 상태였지만, 이번 지진에서 이 목표에 근사할 만큼 신속한 지진 통보가 이뤄졌다.


◇ 지진 재난문자 ‘내용’도 바뀐다

기상청은 내년부터 지진 재난문자에 담기는 정보를 대폭 개편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지진 발생 위치(진앙) 및 규모’를 전달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지역별 지진 진동의 영향’까지 재난문자에 담아 발송할 계획이다.

기상청이 이처럼 ‘지진 대응’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었던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와 무관치 않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초기 완성해 각 부처에 제시한 국정과제 목록 중 55, 56항이 ‘지진’과 관련돼 있다.

특히 ‘55-4’ 항목에 ‘지진으로부터의 국민 안전 확보’를 명시했다. 특정 재난을 콕 집어 대응력 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지난해 경주 지진의 학습효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월 28일 ‘대통령 지시사항’을 통해 “재난문자 발송 등 대국민 지진통보체계의 전면적 재정비와 지진대응 개선책 마련”을 강조했다.

15일 포항 지진 발생 이후 정부 대응은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때보다 한층 빨라졌다. 정부의 비상대응체계 전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현장 파견 등 일련의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후 2시 43분 행안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다. 중대본은 자연재난 기준 3개 시·도 이상에서 기상주의보가 발령되면 ‘1단계 비상근무’를, 3개 시·도 이상에서 기상경보가 발령되거나 국지적으로 극심한 피해가 예상되면 ‘2단계 비상근무’를, 전국적으로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면 ‘3단계 비상근무’를 한다. 1단계가 발령되면 중대본에 관계 부처와 유관기관 인력이 보강된다. 오후 3시에는 지진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상황관리관 6명을 포항 현지에 급파했다.

6분 뒤인 3시 6분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 부처 장관들에게 긴급 지시를 내렸다. 지진이 발생한 지 37분 만이다.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 2시간 47분 만에 총리 긴급지시가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두 시간 이상 당겨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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