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이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사람은 아니다. 생후 2주 만에 아빠 따라 시골로 내려왔고 내내 대전과 세종에서 자랐다. 인영이는 그 와중에 나라에서 주는 출생축하금도 받지 못했다. 서울시에서는 주소지를 대전으로 옮겨서 못준다고 했고, 대전시는 태어난 곳이 서울이지 않느냐고 했다.

인영이가 서울 공기에 익숙해진 것은 아프고 난 이후다. 벌써 만 2년째 서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도 한 달에 2~3번씩 병원에 가고 다음 달 초면 또 3박4일 집중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서울을 그리 자주 오가지만 인영이의 서울 나들이는 ‘터미널-병원-터미널’뿐이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인영이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가 젤리를 사주니 행복해했다.

지난 주말 2박3일 일정으로 ‘병원구경’이 아닌 ‘서울구경’에 나섰다. 세종 내려온 지 5년여 만에 첫 서울 나들이였다. 호기롭게 차를 끌고 갔지만 세종 드라이브에 익숙해진 아빠는 연신 진땀을 흘렸다. 차선을 바꾸는 것은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고, 1.2km 남은 거리의 티맵 소요시간이 30분이라는 데 절망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운전을 하면서 돌아다녔다. 토요일에는 아픈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어위시재단’에서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레고 만들기 행사에 참여했다. 100여명의 아이들은 10명씩 팀을 짜서 경연을 펼쳤는데 불행히 인영이가 속한 팀은 꼴찌에서 2번째였다. 1등 팀은 레고로 만든 트로피를 받았다. 인영이는 부럽다는 표정으로 열심히 박수를 쳐줬다.
아픈아이들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어위시재단'에서 레고 잔치를 열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일요일에는 롯데월드에 갔다. 소아암 아동들의 노래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공연은 5시30분이어서 그 전에 놀이기구를 태워주려는데 5살 터울인 두 딸의 취향이 달랐다. 결국 조를 나눠 엄마와 윤영이는 스릴 있는 기구를 즐겼고, 아빠와 인영이는 어린이 범퍼카와 스윙팡팡 줄을 섰다. 체력이 고갈될 즈음 공연이 열렸다. 소아암 아이들은 ‘별들의 이야기’라는 노래를 불렀다. 일요일 저녁 들뜬 놀이동산 분위기에 어울리는 경쾌한 노래였지만 인영이를 안고 듣다보니 코끝이 찡해졌다.
아픈아이들이 꿈꾸는 모든 것들이 이뤄지길 기도한다.

‘바라던 모든 일들이 네 눈앞에 펼쳐질 거야. 꿈꾸던 모든 것들이 이젠 네게 이뤄질 거야.’
인영이도 바라던 대로 내년에는 유치원에 가고, 꿈꾸던 대로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것이다. 이날 인영이가 난생처음 맛보았던 솜사탕처럼 달콤한 일들이 인영이와 우리 가족 앞에 있기를.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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